[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안개는 힘이 세다

- 2021. 11. 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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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안갯속에서,
사회주의 옹호자가 나온다
조금 있다가 자본주의자가 나온다
안갯속에는 많은 주의자들이 산다
안갯속에서
사회주의자인 체하는 자본주의자가 걸어 나온다
교회주의자인 체하는 완전 자본주의자가 걸어 나온다
안개가 걷히면 자본주의자만 남았다
그게 뭐 대수냐고 누군가가 중얼댔다
나는 자본주의는 힘이 세냐고 물었다
자본주의자들은 슬그머니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눈이 쏟아지고 앞을 볼 수 없었다
눈도 자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안갯속에서 히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개는 고맙다
지금 우리는 온통 안개 속에서 삽니다.

안개 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인 척,

사회주의인 척 살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 온통 자본주의자들뿐,

사회주의자는 안개 속에 숨어있습니다.

눈이 쏟아지고 앞을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자본주의자들이 슬그머니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사회주의 옹호자들이 나옵니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도 진정한 자본주의자도 보이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안개 속에서 소나무가 잣나무로 모호하게 보이듯이

그들은 변신한 듯 변신하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자욱한 안개가 그들에게는 고마울 뿐입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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