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생산 대국 미국도 "올겨울 난방비 대란 초긴장"
[경향신문]
유럽 등 수출 늘어 가격 급등
가격 억제 수단 마땅치 않아
에너지부 “30% 더 비싸질 듯”
유럽이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 대국이지만 전 세계적 수요 폭증으로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휘발유값을 비롯한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비마저 급상승할 경우 각 가정의 부담이 늘지만 미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단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면서 미국 가정의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달 내놓은 겨울철 난방비 전망에서 미국 가정이 난방용 에너지로 가장 많이 의존하는 천연가스 난방비 부담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IA는 프로판 가스로 난방하는 가정은 54%, 석유로 난방하는 가정은 43%, 전기 난방 가정은 6% 더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도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를 높여왔는데 천연가스 재고량이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가격이 3배 이상 뛰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수요가 다시 늘었지만 주요 공급원인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등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석탄 부족 등으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대체 연료로 천연가스 확보에 적극 나선 것도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출이 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CNN에 따르면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올해 132%나 올라 2005~2006년 겨울철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천연가스 소비자 요금을 속속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가운데 겨울철 난방비까지 급등하면 바이든 정부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천연가스 가격 관련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생산자 카르텔이 있어 이들을 압박해 공급 확대 협상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의 경우 협상에 나설 공식 카르텔 조직이 없다.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하고 있어 석유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풀어 일시적으로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는 정부가 공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물량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겨울 미국 가정의 난방비 대란 발생 여부는 날씨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파가 오래 지속될 경우 각 가정의 난방비 폭탄은 피할 수 없지만, 날씨가 비교적 온난하면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각 가정의 부담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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