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멈춘 석포제련소, 환골탈태 가능할까
[경향신문]
폐수 무단배출로 조업중지하는 첫날 ‘선진도약’ 선서식
환경단체 “무방류 시스템 말잔치일 뿐…진정한 복구를”
폐수 무단배출 혐의가 확정된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가 8일부터 10일간 조업정지에 돌입했다. 1970년 공장 문을 연 이후 51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조치다. 제련소 측은 이 기간을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들은 “제련소의 폐수에서 과거와 동일한 오염물질이 최근 확인됐다”며 공장폐쇄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제련소는 이날 오전 제련소 제1공장 정문 앞에서 임직원 및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선진도약 선서식을 열었다. 제련소 관계자는 “공장의 불은 잠시 꺼지지만, 세계 제일의 친환경 아연 제련소를 만들기 위한 불을 계속 밝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앞서 제련소에서는 가동중단 직전인 지난 7일 오후 11시 마지막 근무 교대조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소등식이 열렸다.
제련소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오는 17일까지 공정별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 및 환경개선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배관 등 설비를 수리·교체하고, 주변을 정돈해 작업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10~12일에는 외부강사를 불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환경·안전교육을 벌일 예정이다. 재도약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동강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제련소를 지목해온 환경단체는 제련소 측이 제대로 된 환경복구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남지역 환경단체 등이 연대한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제련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업정지 10일은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무방류 시스템과 차집시설이라는 화려한 말잔치를 중단하고 진정한 복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제련소가 지난 5월 도입한 무방류 시스템으로 모든 오염원을 막을 수 있다는 식의 과대홍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최근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폐수에서 과거와 동일한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11일 제련소 1공장 폐수처리장과 저류조 사이에서 흘러나온 물을 떠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맡긴 결과 카드뮴·수은·비소·납 등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2월 석포제련소가 무단방류한 폐수에서 나온 중금속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제련소는 당시 환경당국에 적발되면서 소송 등을 거쳐 이번 조업정지 처분까지 받게 됐다.
제련소는 낙동강 유역의 ‘수질오염 제로’를 위해 320억원을 들여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150억원을 추가로 들여 설비를 보강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공정 과정에서 쓴 물을 한 방울도 내보내지 않는다는 (제련소 측의) 큰소리가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면서 “제련소를 폐쇄하고 환경을 되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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