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사들 만난 이재명 "차별금지법, 일방통행 처리 바람직하지 않아"
[경향신문]
“원칙적 찬성” 입장서 후퇴
당내서도 “실망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기독교계 인사들을 만나 “현실에서 잘못 작동될 우려가 높은 것 같다”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폈지만 기독교계의 ‘우려’를 들어 신중론을 표한 것이다. 당내에선 “선거 때라 해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해 “차별금지법 문제는 주요 의제이고 갈등 원인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총연합회 한 간부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히자 “헌법정신에 따라 차별이 없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기독교 지도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별금지법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높으신 것 같다”며 “해외에도 그런 왜곡된 사례들이 존재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원칙적 찬성’을 밝힌 기존 입장보다 다소 후퇴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지난 6월19일 “지난 대선(2017년 민주당 경선 후보 시절)에서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평등법)을 발의했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법안 처리를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장혜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후보가 차별금지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늘어놨다”며 “민주당식 가짜 진보정치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처음 입장을 물었을 때 ‘윤석열 다음에 답하겠다’고 황당하게 답하더니 이젠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밀쳐놨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룬 법이라 (법 제정의) 강력한 의지를 기대했는데 (이 후보가) 그게 아니라고 하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 일정에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찬성 뜻은 그대로지만 위헌 소지나 우려하는 내용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홍두·탁지영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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