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 - 이노우에 야스시 [최준우의 내 인생의 책 ②]

최준우 | 주택금융공사 사장 2021. 11. 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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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비애

[경향신문]

역사소설가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는 ‘원구(元寇)’ 혹은 ‘몽고 내습(蒙古來襲)’으로 불리던 일본 정벌을 고려의 입장에서 쓴 소설 <풍도(風濤)>를 1963년 발표했다.

고려 원종 7년(1266년), 원 세조 쿠빌라이는 고려에 조서를 보낸다. 일본과 통교하고자 하니 그 안내역을 고려가 맡으라는 것이다. 고려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요구였다.

“이 일의 책임은 오로지 경이 알아서 지도록 하라. 풍도 험난을 이유로 삼지 말며, 일찍이 한 번도 통호(通好)한 적이 없다는 것을 구실로 삼아 변명하지 말라.” 여기에서 ‘경’은 원종을 지칭하는 것이고 바람과 물결이 험하다고 핑계 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일본에 보내는 첨부조서에는 ‘인사를 나누고 우호를 맺어 친목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사항에 ‘군대를 움직이기에 이름을 그 어느 누가 즐겨할 것인가’라는 협조강요가 덧붙어 있었다.

일본은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고 마침내 김방경을 대장으로 한 여몽연합군은 두 차례 일본원정에 나섰다. 그러나 때마침 닥친 태풍으로 병사의 8할 이상이 수장되어 원정은 실패로 끝난다. 인류 역사상 최강 제국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일본은 이 태풍을 신풍(神風, 가미카제)이라 불렀다.

지칠 대로 지치고 무너질 대로 무너진 고려의 명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노재상 김방경이 89세로 죽고, 몽고의 공주와 결혼하고 변발 등 몽고풍습을 자발적으로 행하면서 사직을 지켜내려 했던 충렬왕이 향년 일흔셋에 눈을 감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강대국 주변의 작은 나라가 겪는 서글픔과 조국을 지키려는 우국지사의 고뇌가 여운으로 오래 남았던 작품이었다.

최준우 | 주택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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