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대출 중단 소식에.. "이젠 강남 전세 꿈도 못꾸나"
전문가 "주거 하향 부추기게 될 것"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 강남에 전세 사는 것도 못하는 겁니까?”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을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이 자녀 교육이나 생활 편의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전세인데, 대출이 막히면 살고 싶은 지역에서 전셋집마저 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으로 돈 벌겠다는 투기꾼도 아닌 전세 수요자가 왜 정책 실패의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전면 중단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 기준선은 애초 9억원이 거론됐지만,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그보단 높은 수준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금지가 일부 수요자에게 국한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수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치솟으면서 10억원이 넘는 전세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이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60% 정도인데,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70~80%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작년 임대차법 개정 후폭풍으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전셋값이 수억원씩 차이가 나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수요가 더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전면 중단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다가 인근 지역으로 밀려난 사람들 때문에 서울 외곽과 경기도까지 차례로 전셋값이 오르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집값·전셋값 급등 문제는 놔둔 채 대출만 조이면 결과적으로 무주택자의 부담을 키우고 주거 하향 이동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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