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합종연횡] 美·日·대만 동맹 더 탄탄해지는데, 한국은 기업투자에만 의존

전혜인 2021. 11. 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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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첨단공장 건설 보조금지급
美·EU도 대규모 지원법안 공개
韓정부 5년간 고작 1.3조 세감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대란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각국이 핵심기업 모시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EU), 일본까지 공격적인 반도체 지원 전략을 내놓고 있는 반면 'K-반도체' 육성을 외친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투자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생산기업을 지원하는 법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차세대 통신기술 5G 개발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법안에 새로운 분야로 반도체 산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보조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닛케이는 해당 법안에 대해 첫번째 보조금을 받게 되는 곳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TSMC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일본에 신공장을 착공하고 오는 2024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닛케이는 이번 신규 공장 건설비용 중 절반을 차지하는 5000억엔(약 5조원) 규모를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 있다. 닛케이는 "경제안보상 중요성이 늘어나는 반도체를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시스템반도체 부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 법안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최대 40%의 세액공제 등의 내용을 담은 '미국 반도체법(칩스 포 아메리카 액트)' 제정을 시작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5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 역시 지난 7월 미래전략산업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10% 수준인 세계 반도체 공급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두 배 확대하기 위해 145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정책을 공식화한 바 있다.

과거 반도체 생산공장은 높은 탄소 배출량과 환경오염 우려로 인해 미국과 EU 등은 반도체 생산보다 설계·지식재산(IP) 역량 확보에 더 주력했다. 대만과 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 반도체 생산공장이 집중된 이유도 이 같은 요인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급망 마비가 오면서 주요 국가들이 파격적인 지원까지 내세우며 공장 유치전에 나선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금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팻 겔싱어 미국 인텔 CEO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지나치게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우리가 미국에 더 크고 빠르게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인텔은 현재 유럽에 반도체 생산 공장 2곳을 신설한다는 계획으로, 이탈리아와 세제 혜택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속도와 규모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내놓은 'K-반도체 전략'도 정부 지원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에 의존한 색채가 강하다. 2030년까지 총 5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에서 삼성전자 혼자 전체의 3분의 1인 171조원을 책임지고, SK하이닉스가 용인 등에 투자 중인 120조원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을 대상으로 5년 간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을 하겠다는 정도가 그나마 직접적이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반도체 특별법 제정 내용은 지원 대상이 배터리와 바이오헬스 등 첨단산업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으로 바뀌며 법 제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한국에서도 당초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시작됐다가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 협정 문제 등을 고려해 보다 다양한 산업군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전략산업 특별법'으로 범위를 넓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해당법의 지원 대상이 연구개발과 핵심기술의 유출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미국과 일본 수준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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