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요소 200t 긴급 수혈..공급대란 해소엔 역부족

이종혁,임성현,박윤구 2021. 11.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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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모든 방법 동원"
러 등서 1만t 추가수입 추진

◆ 요소수 대란 ◆

경유(디젤) 차량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요소수가 부족해 전국 물류·산업계가 멈춰 설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가 베트남에서 요소수 원료인 요소 200t을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요소 200t으로는 요소수 약 65만ℓ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화물차 6만5000대에 요소수 10ℓ를 1회 주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차량용 요소 수입량이 8만t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하루치 수입량과 맞먹는다. 정부는 베트남과 러시아 등에서 요소 1만t을 수개월 내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세웠다. 이 차관은 "베트남에서 다음주 중 차량용 요소 200t을 도입하는 게 확정됐다"며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요소 1만t 추가 수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일 발표된 호주에서 수입하는 요소수 물량도 당초 2만ℓ에서 7000ℓ를 추가해 총 2만7000ℓ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소수는 요소 32.5%와 물 67.5%로 만들기 때문에 요소 1만t을 들여오면 요소수 3만t 정도를 국내 물류·산업 현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도입까지는 여전히 수개월이 더 걸려 당장 요소수 대란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공급 대란이 이달 들어 가시화하자 정부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외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매점매석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함께 공공부문 여유분을 활용하는 등 국내 수급 물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이종혁 기자 / 임성현 기자]

'이병철 요소공장'도 10년전 명맥끊겨…정부 무관심, 품귀대란 자초

국내 생산량 '0'…
요소공장 모두 사라진 배경은

1967년 울산에 세계최대 규모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설립

2000년대 중국산 공습에 밀려
50년 기술 노하우 결국 포기
정책적 지원 목소리 외면당해

남해화학도 美에 헐값 매각
업계 "정부지원 있어야 재생산"
롯데정밀화학, 요소수 생산차질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공업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지시로 울산에 최초로 지은 요소·요소비료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롯데정밀화학]
중국발(發) '요소 품귀'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산업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만드는 공장은 한국에선 이미 10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 50여 년 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이 한국에 세워졌지만 값싼 중국산 요소의 공습과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설계로 국내 요소 공장이 소리 없이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요소 산업의 역사는 196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외국산 비료 수입으로 인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비료공업 주식회사(현 롯데정밀화학)를 설립했다.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최신 시설' '최단 공기'라는 유례없는 3대 기록을 수립하면서 국내 최초의 요소 비료, 요소, 암모니아 공장을 1967년 울산에 세웠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식량이 곧 안보와 직결됐던 시절, 이 회장은 사업보국이라는 이념 아래 외화 유출을 막고자 일본에서 차관과 기술 등을 들여왔다"며 "납사(나프타)에서 요소를 추출하는 일본 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을 세우고 50여 년간 생산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회고했다.

한국비료공업은 1973년 요소를 주원료로 하는 공업용 화학물질 '멜라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농업용 요소뿐만 아니라 공업용 요소로 사업을 확장했다.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인한 국유화와 비료 산업 합리화 조치, 삼성그룹의 재인수 등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요소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었던 삼성그룹 역시 중국산 저가 요소 공습에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를 가공한 국내 요소업체들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석탄에서 요소를 직접 추출해 가격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이 결국 2002년 울산 요소비료 공장 2개 라인 중 1개를 가동 중지했지만 요소·암모니아 공장은 2003년 이후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매출액마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삼성정밀화학은 2011년 4월 요소 생산을 중단하고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요소가 비료 생산에도 직결된 만큼 이렇게 해도 되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당국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대까지 롯데정밀화학과 함께 국내 요소 시장을 양분했던 남해화학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수익성 악화로 요소·암모니아 공장의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다가 2002년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 내 요소·암모니아 공장 4곳을 단돈 800만달러에 미국 LCEC사에 매각했다. 이후 자체 생산 대신 해외 수입으로 요소 수급처를 바꾸고 요소비료를 생산해 국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0여 년 전에 끊긴 국내 요소업계 명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석탄과 천연가스 광산에 인접한 중국, 러시아, 카타르 등 현지 업체들과 경쟁한다면 원자재 가격은 물론 운송 비용 측면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데다 요소 생산 자체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 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다만 국내에서 석탄, 천연가스를 자체 수급하지 못하는 이상 정부의 확실한 보증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중국산 요소 수입이 중단되면서 롯데정밀화학의 요소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의 요소수 생산라인 중 일부가 지난주부터 가동을 멈췄다. 현재 남아 있는 재고로는 이달 말까지만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이 시장에 출하된 뒤 12월부터는 요소수가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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