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역설..초고가 유모차도 없어서 못판다

신유경 2021. 11.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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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아기 이 정도 쓸수 있지'
현대백화점 초고가 육아용품
올해 매출 전년比 43% 급증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한국시장 中제치고 세계 3위
수십만원 젖병소독기도 불티
"지금 주문하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요?" 최근 출산한 친구 부부에게 100만원대 초고가 유모차를 선물하려고 했던 A씨는 매장 직원 얘기를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5~6년 전 초고가 유모차 붐이 일었던 기억은 나는데 요즘엔 유행이 한풀 꺾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다른 프리미엄 육아용품점을 찾았지만 그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십만 원짜리 유아 의자는 유모차보다 더 구하기 힘든 '품절' 목록에 올라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려던 A씨는 아직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더욱 심화하면서 프리미엄 육아용품·서비스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저인 한국에서 관련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가구당 출생아 수가 줄어들면서 아이 1명에게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귀한 아이(Very Imporatant Baby·VIB)'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가족마다 VIB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텐포켓' 현상도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텐포켓은 아이를 위해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이모·삼촌, 주변 지인들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플렉스(재력이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와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 부모의 특징도 프리미엄 육아 시장을 이끌고 있다.

8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10월 프리미엄 육아용품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급증했다. 프리미엄 육아용품 매장은 스토케, 부가부 등 고가 유모차 업체를 포함한 10개 브랜드다. 이커머스 업체인 지마켓에서도 유아 안전용품·위생용품 거래액이 지난해부터 크게 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육아용품 열풍이 다시 불면서 스토케는 3년 만에 '익스플로리 엑스'라는 디럭스 유모차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최근 4년 만에 국내에 신규 매장 2곳을 추가로 열기도 했다. 스토케의 한국 판매량은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시장 3위에 해당한다. 중국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유아 의자 트립트랩도 스토케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트립트랩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스토케와 함께 프리미엄 라인으로 꼽히는 부가부에서는 '폭스2' '비6' 모델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는데, 최근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부모 취향을 적극 반영한 덕분이다. 부가부 유모차의 천(패브릭)은 분리가 가능해 새로운 색깔로 교체할 수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시장도 VIB·텐포켓 트렌드의 수혜를 본 대표 업종이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돌봄·교육 시장은 육아용품 시장과 함께 커지고 있다. 아이돌봄 플랫폼 '자란다'에 따르면 이 기업의 올해 고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란다는 아이를 교육해주는 선생님과 부모를 연결시켜주는 돌봄 플랫폼이다. 지난해에도 고객 수가 전년 대비 3.1배 늘어나는 등 꾸준히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란다는 외국어, 수학, 예체능뿐 아니라 코딩까지 아이 관심사에 맞춰 돌봄 수업을 진행한다. 자란다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아동 1인당 지출 금액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아이돌봄 플랫폼 '맘시터'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5000명에 불과했던 고객 수는 올해 95만명으로 급증했다. 맘시터는 돌봄 비용이 개인 간 거래로 진행돼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지예 맘시터 대표는 "MZ세대 부모는 자기계발에도 관심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며 "MZ세대 부모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상품을 검색하고 후기를 보며 이용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로, 아이돌봄 플랫폼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가 카시트와 젖병소독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브랜드 브라이텍스의 토들러 카시트는 최고 80만원대에 육박한다. 폴레드는 유아용 카시트와 젖병소독기를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폴레드는 지난해 프리미엄 젖병소독기 브랜드 '페어런토리'를 인수해 육아용품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페어런토리 자외선 젖병소독기는 3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인기가 높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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