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좋았잖아' 셀트리온 소액주주 다시 동행하려면

정기종 기자 2021. 11. 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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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재도약의 조건③

[편집자주] 한국 바이오의 신화 셀트리온이 흔들리고 있다. 4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1개월만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허공에 사라진 시가총액만 27조원(11월8일 기준)이다. 그룹의 숙원인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도 요원하다. 회사의 든든한 우군이던 개인주주들도 회사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격앙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 모든일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올해부터 발생했다. 회사 측은 서정진 명예회장 이후 새로운 셀트리온, 셀트리온2.0을 기대해달라 당부했다. 이젠 서정진 신화를 넘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의 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는지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 봤다.

사(社)측을 향한 애정이 높기로 정평이 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경영진에 등을 돌렸다. 지난해 말 대비 주가는 반토막 난 데다 사측의 대응이 성의 없다는 주장이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집단행동이 공격이 아닌 상생 목적임을 강조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측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주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회사의 본질 가치를 높이는 방법 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대표 모임인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 측에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요청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2005년 코스닥 상장과 2018년 코스피 이전 상장 등 과정에서 오랜 기간 지켜온 소액주주들의 믿음이 회사의 거듭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퇴보로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기간 든든한 아군이던 소액주주들이 조직적 지분 매도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적극적이고 강경한 행보에 셀트리온 측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상반기 기준 41만명에 달하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8678만9833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64.29%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시장과 소통 강화 등 가능한 범위 안의 요구 사항에 대해선 개선책을 마련하겠단 입장이다.

높은 충성도로 유명했던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단기간 주가 급락 속 회사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지난해 말 40만원을 바라보던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20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COVID-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 임상 돌입 소식과 함께 급등했던 주가는 올 들어 해외 품목허가가 더뎌지면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엔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화이자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비교적 단기간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 기대치보다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실적 전망도 걸림돌이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회의실에서 (주)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주주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2019.3.26/뉴스1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됐다. 지난 10월 3일 소액주주 지분 모으기를 통해 집단행동에 시동을 건 소액주주들은 같은 달 7일 공식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사측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과도한 주가 하락을 사실상 방치한 부분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더 이상 등한시한다면 지분 매각이라는 극단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소액주주 비대위는 당초 셀트리온 발행주식의 37%에 해당하는 5000만주를 확보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행 중인 소액주주들의 지분 모으기 운동은 비대위 공식 출범 이틀 만인 지난 10월 9일 1000만주를 모집했다. 이어 같은 달 중순 1400만주(전체 발행주식의 약 10%)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지난 10월 14일 지분 모으기 참여를 독려하는 옥외광고를 송출하고, 같은 달 21일에는 셀트리온 3대 주주인 국민연금 전주 기금 운용본부를 방문해 책임있는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48%다.

이어 이달 1일 자사주 100만주 이상 매입을 비롯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8개 요청 사항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연말 배당 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 개인 주주들에게 1대2 비율 차등 배당과 셀트리온 상장 3사 합병 계획안에 대한 조속한 발표, 공시 의무 안건에 대한 장전 또는 장중 공시 적극 시행, 의무와 무관해도 주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공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분기배당 정관 추가 △임원 성과 보상 스톡옵션에 신주발행 대신 자사주 활용 △비대위에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등도 포함됐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원장 A씨는 "주주 입장을 전달한 이달 1일 저녁 사측으로부터 IR인력 충원을 통한 소통 강화, 적시 공시 등을 약속 받았고 배당과 관련해 주주들이 원하는 형식을 듣고 전달해주면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들은 상태"라며 "나머지 사항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해 당장 답변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 회사를 믿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동의 배경은 주주 개개인의 탐욕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권리를 찾기 위함"이라며 "오랜기간 회사에 애정을 가진 주주들이 대부분인 만큼 사측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셀트리온에 전달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액주주 요청사항 주요 내용./사진제공=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측은 셀트리온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현 주가 상태에선 반대하겠단 입장이다.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단일화가 최근 기업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최근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 투자를 선언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원활한 자금 유치를 기대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단순 3사 합병이 아닌 '주주가치가 제고된 3사 합병'이 이뤄져야 하며, 사측이 대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합병 추진 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이은 소액주주 집단행동에 직면했지만 셀트리온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비대위의 요청 사항에 IR팀 충원을 통한 원활한 소통과 장전·장내 공시 노력을 약속하는 한편, 경영진과 이사회 결정 사항이 포함된 항목들은 검토 후 답변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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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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