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초대한다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1. 11. 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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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넷플릭스 새 시리즈 ‘지옥’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편파적인 한줄평 : 인간의 광기를 확인할 것.

새로운 디스토피아가 열린다. 죄와 형벌을 둘러싼 인간들의 맹신과 광기가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스산한 11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새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으로 초대한다.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자,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이다. ‘인간의 죄와 심판’을 아주 대중성 있게 풀어낸다. 그동안 ‘연상호 월드’가 피폐해진 디스토피아에서 인간의 연대에 집중했다면, ‘지옥’에선 ‘지옥행 선고’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탐욕과 배신, 집단 광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 그의 뒤를 캐는 변호사 민혜진(김현주), 우연하게 사건에 얽힌 뒤 ‘정의’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는 형사 진경훈(양익준) 등 각 인물이 사건을 저마다 위치에 맞게 대하면서 빚어지는 갈등, 충돌이 점점 더 흥미를 돋운다. 1화부터 3화까지 이들의 관계성 설정이 굉장히 촘촘하다. 그 뒤가 더욱 궁금해질 정도다.

유튜브나 방송을 활용해 집단 광기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설득력 있다. ‘영상’이란 매체로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과정이 최근 세태를 반영한 듯해 자연스럽게 공감을 얻는다. 판타지 요소가 녹아있어도 이러한 점들 덕분에 이질감을 느끼거나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는다.


단순한 재미로 끝내지 않고 중요한 질문 몇 개를 던진다. ‘죄란 무엇인가’ ‘심판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법은 단죄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등 여러 물음표들이 화면 위로 튀어나온다. 의미와 재미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중심엔 유아인과 양익준이 있다.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황당무계할 수 있는 소재와 상황을 땅 위에 발 붙이게 한다. 특히 유아인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한다. 인간의 죽음을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로만 대하는 정진수의 속내와 욕심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덕분에 작품이 뒤로 갈 수록 더욱 강력한 흡인력을 뿜어낸다.

이레와 김현주도 제몫을 해낸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얼굴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해 실제 일어난 일 같은 리얼리티를 더한다. 효과 있는 선택이다.

다만 ‘옥에 티’는 ‘지옥의 사자’를 구현해낸 CG효과다. 공포감을 선사하기엔 다소 우스꽝스러운 피사체라 처음 목도할 땐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야기의 힘이 강해 몰입에 크게 방해되진 않지만, 크리처까지 완벽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력한 이야기로 ‘연상호 월드’ 이름값을 해낸 ‘지옥’은 최종회인 6회까지 그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는 19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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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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