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영화인 동시에 가족 영화, 성장해가는 여성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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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단체이자 미디어 공동체인 연분홍치마가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성소수자 자녀들 덕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분홍치마 소속 활동가인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 영상을 제안받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주목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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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랍니다.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그렇답니다."(정은애·34년차 소방 공무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색다른 정체성이 하나 더 부여됐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낯서니까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 정체성을 다양함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밝히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졌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왜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 외롭고 지지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게 됐죠."(강선화·27년차 항공 승무원)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단체이자 미디어 공동체인 연분홍치마가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성소수자 자녀들 덕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분홍치마 소속 활동가인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 영상을 제안받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주목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4년에 걸친 제작 기간에 한결은 가슴 절제·자궁 적출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변경 허가를 받았고, 예준은 커밍아웃을 한 뒤 성소수자에게 관대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가 한국에 사는 애인을 만나 일찍 귀국했다.
영화에는 한결의 엄마 정은애 씨(부모모임 활동명 나비)와 예준의 엄마 강선화 씨(비비안)가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이 모든 일을 함께 겪고 지켜보며 가족으로서, 인권 운동가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유쾌하고도 찡하게 담아냈다.
영화 초반 한결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정은애 씨는 8일 오전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트랜지션을 마치고 현재 FTM(female to man)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꽤 익숙해졌죠?"라며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소개하며 웃었다.
예준과 함께 캐나다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했던 강선화 씨는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밝음'이 있다"며 "그곳에서 제가 받은 에너지가 영화를 보시는 분들한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다른 직업만큼 다른 성격과 매력을 보여주지만,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힘든 시간을 거치며 더욱 단단해지고 행복해졌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레즈비언인 줄 알았다가 커서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았을 때 좀 당황했어요. 제가 레즈비언 친구는 있었는데 트랜스젠더 친구는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아이에게 잘 몰라서 혐오의 말들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고, 그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기를 원했죠."(정은애)
"아이가 커밍아웃하면서 부모모임에서 만든 책자를 받았는데 저보다 먼저 겪으신 부모들의 이야기에 많은 위로를 받고 침착해지고 안정감을 느꼈어요.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성소수자와 그 부모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없어졌죠. 그 위안과 힘을 저도 전해주고 싶었어요."(강선화)
변규리 감독은 "나비 님이 '처음 보면 퀴어 영화지만 두 번째 보면 가족 영화고, 세 번째 보면 여성 영화다'라는 주옥같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작 과정에서 느끼고 공감했던 부분이 그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커밍아웃하기 어려워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에 공감했는데,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부모님들의 마음과 당사자와의 관계에 더 관심을 두게 됐어요. 두 분은 물론 부모님들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지만 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멋있었고, 그런 면에서 이분들이 성장해 가는 여성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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