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영화인 동시에 가족 영화, 성장해가는 여성 영화죠"

한미희 2021. 11. 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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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단체이자 미디어 공동체인 연분홍치마가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성소수자 자녀들 덕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분홍치마 소속 활동가인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 영상을 제안받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주목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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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 모임 다룬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랍니다.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그렇답니다."(정은애·34년차 소방 공무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색다른 정체성이 하나 더 부여됐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낯서니까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 정체성을 다양함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밝히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졌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왜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 외롭고 지지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게 됐죠."(강선화·27년차 항공 승무원)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엣나인필름/연분홍치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 단체이자 미디어 공동체인 연분홍치마가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성소수자 자녀들 덕에 '성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분홍치마 소속 활동가인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 영상을 제안받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주목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4년에 걸친 제작 기간에 한결은 가슴 절제·자궁 적출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변경 허가를 받았고, 예준은 커밍아웃을 한 뒤 성소수자에게 관대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가 한국에 사는 애인을 만나 일찍 귀국했다.

영화에는 한결의 엄마 정은애 씨(부모모임 활동명 나비)와 예준의 엄마 강선화 씨(비비안)가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이 모든 일을 함께 겪고 지켜보며 가족으로서, 인권 운동가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유쾌하고도 찡하게 담아냈다.

영화 초반 한결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정은애 씨는 8일 오전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트랜지션을 마치고 현재 FTM(female to man)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꽤 익숙해졌죠?"라며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소개하며 웃었다.

시사회 참석한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가운데)과 강선화, 정은애 씨. [엣나인필름/연분홍치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준과 함께 캐나다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했던 강선화 씨는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밝음'이 있다"며 "그곳에서 제가 받은 에너지가 영화를 보시는 분들한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다른 직업만큼 다른 성격과 매력을 보여주지만,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힘든 시간을 거치며 더욱 단단해지고 행복해졌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레즈비언인 줄 알았다가 커서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았을 때 좀 당황했어요. 제가 레즈비언 친구는 있었는데 트랜스젠더 친구는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아이에게 잘 몰라서 혐오의 말들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고, 그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기를 원했죠."(정은애)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엣나인필름/연분홍치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가 커밍아웃하면서 부모모임에서 만든 책자를 받았는데 저보다 먼저 겪으신 부모들의 이야기에 많은 위로를 받고 침착해지고 안정감을 느꼈어요.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성소수자와 그 부모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없어졌죠. 그 위안과 힘을 저도 전해주고 싶었어요."(강선화)

변규리 감독은 "나비 님이 '처음 보면 퀴어 영화지만 두 번째 보면 가족 영화고, 세 번째 보면 여성 영화다'라는 주옥같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작 과정에서 느끼고 공감했던 부분이 그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커밍아웃하기 어려워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에 공감했는데,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부모님들의 마음과 당사자와의 관계에 더 관심을 두게 됐어요. 두 분은 물론 부모님들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지만 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멋있었고, 그런 면에서 이분들이 성장해 가는 여성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엣나인필름/연분홍치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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