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마에스트로를 찾습니다"

장재진 2021. 11. 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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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일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 개최.. 온라인 중계도
지휘자는 작곡가의 음악을 관객에게 안내하는 사람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영어사전에서 '컨덕터(Conductor)'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여행 안내원, 또는 버스, 열차 등의 안내원이라는 뜻이 나온다. 화학 분야에서는 '도체(導體)'를 의미한다. 전기나 열을 잘 전달하는 물체를 말한다. 결국 '컨덕터'란 정보나 신호 등 무언가를 전달하는 주체다.

음악의 세계에서 컨덕터는 지휘자를 일컫는 말이다. 작곡가의 음악을 객석으로 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휘자는 그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없다. 오케스트라를 통해서만 음악을 관객에게 보낼 수 있다.

게다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만났다고 해서 곧바로 음악을 만들 수도 없다. 일단 악보와 사료 등을 분석해 작곡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그 의도를 소리로 구현하기 위해 연주자들을 통솔할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물론 개별 악기와 연주자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 같은 일련의 자질들이 모여 음악을 만든다. 어느 하나라도 소홀했다간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국내 지휘 콩쿠르 활성화의 마중물

오케스트라 음악의 안내자인 지휘자의 자질을 가리고, 미래의 마에스트로를 소개하는 콩쿠르가 10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KSO(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국제지휘콩쿠르'가 그 주인공이다. 유럽 등 클래식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지휘 콩쿠르가 활성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드물었다. 지휘자보다는 개별 악기 연주자 육성에 보다 집중했던 음악계 관행이 짙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대회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휘 분야의 유망주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SO지휘콩쿠르는 올해를 시작으로 3년마다 열릴 예정이다.

대회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 측은 최근 KSO지휘콩쿠르에 지원한 지휘자 166명(42개국) 가운데 본선에서 경연을 펼칠 12명(6개국)을 선발했다. 본선 진출자 목록에는 한스 폰 뵐로 국제지휘콩쿠르, 하차투리안 국제지휘콩쿠르 등의 수상자들이 이름을 올려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낭만 관현악곡으로 음악성 겨룬다

이들은 9일 참가자 등록을 시작으로 10일 1차 본선 무대(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 선다. 1차 본선의 과제곡은 드보르자크의 '스케르초 카프리치오소' 시벨리우스 '포욜라의 딸' 뒤카 '마법사의 제자'다. 이 중 7명이 2차 본선(콘서트홀)에 진출하는데 12일 오전 김택수 작곡가의 현대곡 '더부산조'를 연주한 뒤, 오후 경연에 참가할 5명이 선발된다. 그리고 오후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함으로써 2차 본선이 끝난다.

14일 결선(콘서트홀)에는 최종 3명이 뽑히는데, 드뷔시 '바다' 차이코프스키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죽음과 변용' 중 한 곡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과제곡을 선정한 정치용 심사위원장은 "대편성 관현악곡으로 낭만성과 표현성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곡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5,000만 원과 코심 정기 연주회 및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통영국제음악재단 초청 연주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지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코심은 수상자 가운데 코심 부지휘자도 선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신진 지휘자 지원 사업 '넥스트 스테이지'에 선발된 지휘자 박승유(오른쪽)가 예술의전당에서 코심 단원들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코심 제공

"지휘자 소통능력 꼼꼼히 검증"

악기 연주자가 아닌 지휘자의 음악성을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소통능력'이다. 심사위원 플로리안 리임은 "지휘자가 원하는 것을 음악가들이 어떻게 표현하게 하는지, 그의 움직임이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음악의 흐름과 리듬 그리고 상호작용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심사위원인 크리스티안 에발트는 "지휘자는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몸짓과 명확한 지시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리허설에서 연주자 개개인의 음악성을 깨울 때 그 결과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회 모든과정은 온라인 중계

첫 대회인 만큼 클래식 애호가와 음악계 종사자의 관심이 뜨겁다. 때문에 코심 측은 모든 대회 과정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2차 본선과 결선 및 시상식은 네이버TV, V LIVE 채널로도 볼 수 있다. 공연장에서 관람을 희망하는 경우 2차 본선은 신청자에 한해 무료로 볼 수 있고, 결선은 1만 원에 예매 가능하다.

관객으로서 지휘 콩쿠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리임은 "지휘자들의 해석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다양한 개성을 경험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발트는 "연주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는 일은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옳고 그른 해석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설득력 있는 해석과 없는 해석이 있을 뿐"이라고 조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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