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돌 굴려 작업하는 최상철 작가 "그림은 만드는게 아니라 우연히 태어나는 것"
'게임 규칙'처럼 그림 풀어가
조약돌에 검은 잉크 묻히고
1천번 굴린 흔적으로 작업 완성
내년 아트 제네바·아트 브뤼셀 참여
전세계에 떠들썩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설계자로 판명된 1번 오일남이 퍼뜩 떠올랐다.
심지어 이 작가가 하는 작업도 규칙을 만들어 순서를 제대로 지켜가며 한단계씩 움직여 가는 것이 꼭 게임 하는 행위 같다. 다만 함께 겨루는 상대가 없을 뿐이다. 작가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다.
최 작가는 1999년경부터 그림이 경쟁의 도구가 되어가는 현실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욕망이나 의도를 배제해 '그리지 않고 완성'하는 그림을 추구해 왔다. 붓을 버린 대신 다양한 도구가 필요해졌다. 우선 검은색 잉크, 매끈한 조각돌 하나, 눈금이 표시된 동그란 고무 패킹, 하드 아이스크림 먹고 남은 나무스틱 등 주변에서 흔한 것들이지만 그림과 어찌 연결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평론가 정현(인하대)은 "최상철은 화단의 경향과 거리를 두고 자신이 선택한 묵음의 세계에 몰두한다"며 "그의 작업 방식은 순수한 소비, 놀이로서의 예술을 실천하는 하나의 미학적 방법으로 보아야 한다"고 평했다.
최 작가는 "돌이 구르는 소리와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1000번 집중한 결과물이니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한달 가량 소요된다"고 말했다.
'무명화가 최상철'이라 본인을 소개하는 작가는 마음에 드는 돌을 발견하면 '붓을 주웠다'고 표현한다. 작품도 만든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겨났다'고 한다.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스위스 AV모던&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열린 초대 개인전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 스위스 아트 제네바와 벨기에 아트 브뤼셀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겸숙 평론가는 "최상철 작가는 어떠한 범주와 개념, 사조, 철학에 일체 기대지 않아 차별화된다"며 "회화란 무엇인지 그 본질적 의미를 되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어떤 진지한 태도가 작업 전반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무물 시리즈에 집중해 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없음(無)' 과 '존재(物)'하는 것이 합쳐진 단어다. 무제한적인 잠재성 속에 있던 무언가가 스스로 그려낸 궤적이 드러나는 순간을 함께하며 묵묵히 그와 조응하는 자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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