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지역민 상생하는 공정관광

한겨레 2021. 11. 8. 13: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역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지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 생각하지만, 국내외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공정관광의 사전적 정의는 "지역 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다.

이제 법·제도의 영역에 자리잡는 공정관광이 앞으로 여행자와 지역민의 상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고두환 l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지역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지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 생각하지만, 국내외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관광산업으로 생기는 편익이 누구에게 가고 지역에는 어떤 기여를 했는지 등을 따져보면 명쾌하지 않을 때도 많다. 제주도는 인구의 수십배에 이르는 여행자들이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켜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제도를 계속 검토 중이고, 역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선 상업화와 함께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기도 했다.

이에 우리 사회는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공정관광’이란 개념을 정의하기에 이른다. 공정관광의 사전적 정의는 “지역 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다. 전국 2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관광객 수를 중요하게 여기던 지역 관광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대의 화두인 ‘공정’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셈이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공정관광 조례를 제정한 대전시 대덕구는 2019년 지역화폐 ‘대덕이로움’을 사용하는 골목상권 축제 ‘대코맥주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다른 지역 사람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축제를 표방한 것이 특징이다. 행사는 지역민 72% 참여, 지역화폐 출시 79일 만에 100억 발행 등 성과로 이어졌다. 또 32%에 이르는 지역 상인이 두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지역민이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 ‘지역민이 고객이자, 축제를 운영하는 일꾼인 관광’ 등을 콘셉트로 한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와 매년 ‘공정관광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 관광을 위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성동구 ‘사계절 공정여행’, 마포구 ‘마포만보’ 등 마을여행사들은 ‘서울 속 마을여행’이라는 정책을 통해 지역민을 고용하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여행을 선뵈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시니어 등의 지역기반 창업을 가능하게 한 ‘공정여행가 양성과정’은 서울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지금의 실험이 어떤 전환을 가져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보탬이 될 만큼의 적절한 관광객을 받는 방향으로 관광 정책을 마련한 부탄의 사례도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부탄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1일 200~250달러 정도의 높은 여행비를 걷는다. 그중 65달러에 이르는 관광세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재원으로 쓰인다. 관광산업이 복지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14일, 개정된 관광진흥법이 시행됐다. 관광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제48조의3 지속가능한 관광활성화)이 새롭게 추가됐다. 현시점에서 공정관광이 주는 의미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겠다. 적절하고 실효적인 관광은 지역주민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해야 하고, 그런 여행지가 우리 모두 여행하고 싶고, 여행해야만 하는 여행지여야 한다. 이제 법·제도의 영역에 자리잡는 공정관광이 앞으로 여행자와 지역민의 상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