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 기후위기 속 우리의 일상은 지속가능할까

신정숙 통신원 2021. 11. 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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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유엔환경계획(UNEP) 녹색재정정책팀 김애리 팀장 인터뷰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유엔환경정책(UNEP) 본부.

(그뤼에르=뉴스1) 신정숙 통신원 =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심각한 자연재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방역지침과 안전 수칙만 잘 지키면 될 줄 알았던 이 바이러스는 2년째 그 기세를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에 올해 한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대비한 탄소중립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탄소제로’를 추구하는 국제동맹에 120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고, 현재까지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 지구에 세 들어 있는 모든 나라들은 공동운명체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정책은 유엔의 관련기구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실행해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유엔의 기구 중 환경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일한 기관이다. 기후변화 협약, 생물 다양성 협약 등의 환경협약을 회원국들이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탄소세 도입, 태양열 에너지 생산, 전기차 생산 및 배급의 활성화 지원, 화석연료의 재정지원 제지, 멸종위기동물 보호 규정 등 환경에 관한 모든 정책 개발 및 이행을 지원하고 있는 기구다.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두고 있고, 대륙별로 지역사무소가 있으며, 한국에는 UNEP 한국위원회가 있다.

제네바 유럽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김애리 녹색재정정책팀 팀장으로부터 유엔환경계획의 역할과 정책, 기후위기 대응책을 들어봤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유럽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김애리 녹색재정정책팀 팀장. © 신정숙 통신원

―유엔환경계획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유엔환경계획(UNEP, 이하 유넵) 경제부서의 녹색 재정정책 중에서도 재정정책팀(Green Fiscal Policy)을 맡고 있습니다. 유넵에서는 지구환경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 Δ기후변화의 위기 Δ생태계 파괴의 위기 Δ오염의 위기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환경의 위기는 우리의 경제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즉, 인류가 산업화를 거쳐 현재까지 하고 있는 모든 생산 및 소비활동의 행태가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거죠. 제가 맡고 있는 일은 경제정책, 그 중에서도 재정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분석 연구하고 각국의 정부에게 자문과 지원을 하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는 경제발전 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환경파괴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는 공존 또는 상생 가능할까 의문인데 어떤가요?

▶환경과 경제가 대립선상에 놓여 있고 상생할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은 근거가 부족한 잘못된 생각입니다. 복지나 일자리 창출, 질병예방과 기아방지 및 가난의 극복, 그리고 사회평등을 위해서 경제발전도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키냐 하는 방법론이지요. 유넵에서 추진한 녹색재정정책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도 기존 경제시스템보다 더 창출될 수 있으며 사회 평등이나 복지도 증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대기오염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로 매년 9명 가운데 1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구입에 세금을 공제해 주고 화석연료 사용에 세금을 높이는 정책들은 모두 녹색재정정책의 하나로 오염을 줄이고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단,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어떤 상황에도 정책기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러한 녹색투자는 장기적으로 이행되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넵에서 일하게 된 동기와 일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뭔가요?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을 때 환경운동을 하는 미국 교수님 수업을 듣고 환경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어요.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환경 관련 공부를 했고, 한국 정부산하 기관을 비롯해 도쿄의 유엔국제대학,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을 했어요. 유넵에선 2011년부터 일하게 되었고, 녹색경제정책 중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개인의 삶이 지구에 남기는 흔적에 대해 민감해집니다. 이 곳에서 일하면서 제가 아는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일상에서도 당연히 실천하려고 노력하죠. 특히 소비패턴이 많이 바뀌었는데 육식을 하지 않고, 유기농 식재료를 섭취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고 텀블러나 유리그릇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이동수단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가 차량은 전기와 연료를 번갈아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바꿨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적극적인 실천 방법들이죠.

―앞으로 코로나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코로나 사태는 자연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었어요. 특히 자연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은 무분별한 경제 개발만 추구한데서 비롯됐다고 봐요. 지속가능 개발 정책 (sustainable development policy)은 인류가 빈부격차를 줄이면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되, 지구가 처한 3대 위기(기후변화, 오염 그리고 자연보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올바른 투자와 예산 집행이 요구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16조 미달러(약 1만8958조)라는 국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그 중 고작 3%만이 친환경 정책 예산으로 집행됐을 뿐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환경친화적인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기업들의 행동과 정부의 예산정책을 감시하고 깨어있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는 일도 아주 중요합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보이콧에 민감하고 정부의 예산집행은 시민들의 반응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구매력과 연대한 시민의 행동력은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환경법의 보완 및 환경규정의 정비 등도 관심을 가지고 풀뿌리 시민 활동을 통하여 직접 감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시 말해서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이 혼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없습니다. 때로는 감시하고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압력을 행사하여 함께 나아갈 때에만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지킬 수 있고 지구를 온전히 후세대에 물려줄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환경에 관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환경분야는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좀 더 과학적인 분석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면 생태학, 환경공학, 화학 등 환경과학분야를 공부할 수 있고, 환경협약에 관한 일을 한다면 환경법을, 경제와 맞물린 환경정책을 다루기 위해서는 환경경제학, 자원경제학, 개발경제학, 국제금융 또는 일반경제학이나 공공정책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제환경문제는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만큼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기본기는 석사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에 석사학위 보유자가 일반적이며 좀 더 전문가의 길을 가고 싶으면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들도 있지만 보직에 따라 박사학위가 필요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국제기관은 공공정책을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보다는 공공기관(정부, 시민단체 혹은 학계)에서 쌓은 경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세계인들과 함께 일하는 만큼 다양한 문화에 편견없이 다가갈 수 있는 열린 마음 그리고 다문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영어 이외에 기타 유엔공용어(불어 및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가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관심사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해가 걸린 문제보다는 보편적인 가치나 인류전체의 공익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세계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sagadawa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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