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文 대북정책 파탄과 종전 쇼

김석 기자 2021. 11.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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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와 영국, 헝가리로 이어지는 7박 9일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5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노력했다.

교황에 대한 방북 제안은 정확히 3년 전인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이미 한번 했던 제안이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정부가 외교 역량을 총동원 중인 종전선언은 아예 대화가 시작점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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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와 영국, 헝가리로 이어지는 7박 9일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5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노력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도 한반도 평화를 의제로 삼아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내놓은 종전선언 입구론 불씨 피우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행보는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임기 5년 동안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교황에 대한 방북 제안은 정확히 3년 전인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이미 한번 했던 제안이다. 그러나 그동안 당사국인 북한은 교황 초청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이번에도 초청할 가능성은 낮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따뜻한 나라” 발언은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정부가 외교 역량을 총동원 중인 종전선언은 아예 대화가 시작점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2019년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된 비핵화 방안을 내놓지 않은 데 이어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대화 자체가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 등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하고, 대외에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대리 보증해왔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왔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게다가 북한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입구가 아니라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얻어낸 뒤의 출구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당사국인 미국 역시 종전선언에 소극적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한·미)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비핵화 달성 후 종전선언’이라는 순서와 시기, 조건을 밝힌 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5년간 바쁘게 북한과 미국 등을 오가는 노력을 했음에도 북핵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한 건 남북 모두 비핵화 의지가 없는 탓이다. 북한 정권은 비핵화를 할 의지 자체가 없고,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시킬 의지가 없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 카드 하나로 사실상 모든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한 것은 비핵화 의지 자체가 없음을 증명한다. 문 정부 인사들이 이런 상황에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남북 경제 협력 등을 주장하는 건 비핵화를 시키려는 의지 자체가 부재함을 보여준다. 임기 말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문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기를 바라는 건 요원한 만큼 다음 정부라도 문 정부 실패를 통해 비핵화는 북한의 선의가 아닌, 우리와 국제사회의 강제력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음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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