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곽훈 화백 '고래 사냥'

기자 2021. 11.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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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에 들어가듯이, 작가는 영혼 속에서 뭔가를 가지고 매달린다. 내 경우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기(氣)'를 재현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낸다. 심장이 뛰는 소리도 있다. 생명체가 죽으면 소리가 없어진다. 화가는 시각예술을 하니까 소리를 시각으로 표현한다." "깡통도 찌그러뜨려서 버리지 않고 예쁘게 꾸며 재활용하는 게 예술가의 일이다." 동양의 3대 사상인 유·불·선(儒佛禪)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세계적인 원로화가 곽훈(80)의 말이다.

그 뒤로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의 1995년 한국관 개관 작가로 초대받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더 크게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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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스님이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에 들어가듯이, 작가는 영혼 속에서 뭔가를 가지고 매달린다. 내 경우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기(氣)’를 재현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를 낸다. 심장이 뛰는 소리도 있다. 생명체가 죽으면 소리가 없어진다. 화가는 시각예술을 하니까 소리를 시각으로 표현한다.” “깡통도 찌그러뜨려서 버리지 않고 예쁘게 꾸며 재활용하는 게 예술가의 일이다.” 동양의 3대 사상인 유·불·선(儒佛禪)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세계적인 원로화가 곽훈(80)의 말이다. 미술평론가 임두빈은 그를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역사의 숨결을 살아 있게 한다”고 했다.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1963년 졸업하고 이화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실험주의 미술운동을 벌이던 곽 화백은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뒤로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의 1995년 한국관 개관 작가로 초대받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더 크게 받기 시작했다. 당시 퍼포먼스·설치 작품 ‘겁(劫)/소리 : 마르코폴로가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옹기들을 줄로 매달아 늘어뜨린 장대를 비구니들이 들쳐 메고 행진한 뒤 그 자리에 설치했다. 하지만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곽훈의 예술적 본령은 회화”라고 한다. 그는 ‘기(氣)’ ‘주문(呪文)’ ‘겁’ 연작 등 동양 사상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표현주의적 회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는 원시적인 고래 사냥을 표현한 샤머니즘적 회화 ‘할라이트(Halaayt)’ 연작도 대표적이다. 북극해 연안에서 주로 생활하는 에스키모의 세 부류 중 하나인 이누이트족(族) 언어 ‘할라이트’는 ‘영적으로 트랜스 단계인 무아지경에 이르다’란 뜻이라고 한다. 미국 알래스카 여행 중에 고래 뼈를 보고 영감(靈感)을 받은 그는 이누이트족 등의 고래 사냥에 대해 깊이 연구하며 매료됐다. 선사시대 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그림도 찾아본 그는 “우리 선조도 고래를 잡아먹고 살았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할라이트’ 신작들을 선보인 그의 제33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전이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지난 4일 시작됐다. 오는 14일까지다.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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