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부산 BNK 썸 김지은, "팬들에게 임팩트를 주고 싶어요"

손동환 2021. 11. 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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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10월호에 게재됐고, 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는 2021년 9월 9일에 진행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어느 분야든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인고의 시간을 거치기 마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합류하는 이가 대부분인 WKBL도 마찬가지다.
부산 BNK 썸의 김지은(176cm, F) 역시 마찬가지다. 4년 넘게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 그리고 비상(飛上)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등번호와 함께 새로운 ‘김지은’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기 없는 하늘 아래
김지은은 숙명여고 시절 뛰어난 신체 밸런스와 슈팅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프로 관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김지은은 2017~2018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입단했다.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썸)이 김지은의 행선지였다.
김지은은 ‘프로 입단’이라는 1차 과제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KDB생명이 2017~2018 시즌 종료 후 ‘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했고, WKBL이 KDB생명을 위탁 운영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네이밍 스폰서가 됐지만, OK저축은행의 여건도 넉넉지 않았다. 김지은은 어려움 속에 프로 초반을 보냈다.
김지은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따로 있었다. 동기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언니들이 김지은을 편하게 대해줬지만, 친구와 언니는 전혀 달랐다.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친구가 없다는 게 김지은한테는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김지은은 인터뷰 초반 “동기가 없었다는 게...”라는 말을 자주 했다.

프로에 입성한 소감부터 돌아봐주세요.
처음에는 얼떨떨했어요. 그런데 드래프트가 끝나고 보니, 저만 동기 없이 뽑혔더라고요. 다른 팀은 2명씩 뽑아주셨는데, ‘왜 나는 혼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신인이 그렇겠지만, 김지은 선수도 데뷔 시즌에는 거의 뛰지 못했습니다. 1경기에 1분 27초 출전이 전부였는데요.
학교 다닐 때는 정말 많이 뛰었어요. 그런데 프로에 와보니, 경험 많고 잘하는 언니들이 워낙 많았어요.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봤지만,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죠.
그래도 아쉬움은 있었어요. 뛰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많이 뛰다가 벤치에 앉는 것 역시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입단 초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들이 김지은 선수를 힘들게 했을 것 같아요.
KDB생명 때, 팀이 없어진다는 게 힘들었어요. 불안한 마음이 컸죠. OK저축은행 때도 불안함은 있었고요.
그것도 힘들기는 했지만, 동기가 없다는 게 컸어요. 힘들 때 이야기할 수 있는 동기가 없다는 게 어려웠죠. 그렇지만 언니들이 저한테 워낙 잘 해주시고, 저 역시 언니들과 점점 친하게 지냈어요. 언니들이 있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너무나 먼 그 곳, 부산
‘OK저축은행 읏샷’이라는 이름도 2018~2019 시즌 종료 후 없어졌다. 선수들은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하지만 BNK 그룹이 농구단 인수를 선언했고, 선수들은 일자리를 유지했다. 김지은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여건도 생각해야 했다. BNK의 연고지가 부산이었고,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지은은 부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 부산에 적응하는 게 김지은의 첫 번째 과제가 된 셈이다.
부산 생활에 익숙해진 김지은은 선수로서의 과제를 생각했다. 어떤 걸 준비하고, 어떤 걸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성장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BNK가 그룹 인수 소식을 밝혔습니다.
기쁜 마음이 컸어요. 기대도 설렘도 컸고요. 그런데 현실적인 면도 크게 다가왔어요. 연고지인 부산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막막함이 컸어요. 고향인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달라졌습니다.
유영주 감독님은 많은 훈련량을 추구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운동 시간도 길고, 강도도 셌어요. 상당히 힘들었어요.(웃음) 운동하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외박도 자주 못 나갔어요. 외박을 나가더라도, 집에 가기 쉽지 않았어요. 교통비가 비싸고, 소요 시간도 길었거든요.
서울로 가더라도, 집에는 길게 있지 못했어요. 토요일 운동 끝나고 출발하면, 저녁은 돼야 집에 도착했거든요. 그리고 다음 날 바로 복귀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통로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 더 지쳤던 것 같고요.
힘든 여건이었지만, 어떤 걸 해야 할지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체력과 느린 발을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1대1 수비와 슈팅 능력에 중점을 뒀어요.
또, 훈련이 힘들다 보니, 어떻게 회복을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어떻게 쉬어야 편하게 쉴 수 있고, 밥을 얼마나 먹어야 소화가 잘 되는지를 고민했죠. 무엇보다 훈련이 끝나면, ‘빨리 끝나고 자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웃음)

김지은, 그녀는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잠재력보다 힘들었던 여건을 많이 생각했다. 데뷔 후부터 2020~2021 시즌 종료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박정은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후, 김지은은 선수로서의 본분을 더 생각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기 강점을 찾는 중이다.
지난 7월에 열린 박신자컵과 8월 말에 열린 트리플 잼에서 자기 역량을 보여줬다. 이전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요소들도 보여줬다. 박신자컵 사령탑이었던 변연하 BNK 수석코치한테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본인 역시 이전과 다른 플레이를 고무적으로 여겼다.

박정은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습니다. 이전과 어떤 게 달라졌나요?
훈련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강압적으로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게끔 하세요.
다만, 감독님께서는 ‘자율 속에서의 규칙’을 추구하십니다. 그 규칙의 핵심은 ‘자기 관리’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는 저희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로서 몸 관리하는 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는 걸 원하시는 것 같아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고요.
박신자컵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변연하 BNK 수석코치는 박신자컵 종료 후 “의외로 활약해줬던 선수가 김지은이다. 언니들의 주도 하에 수동적으로 농구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본인의 활약으로 팀 흐름을 주도할 때가 있었다. 슈팅과 수비, 리바운드 너무 잘해줬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잘해줬다”며 김지은을 칭찬한 바 있다)
투지가 예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요. 적극성도 예전보다 많아졌고,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커졌어요. 마음가짐이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트리플 잼에서는 MVP를 받았습니다.
막내로 나갔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자신감을 많이 생각했어요. 언니들도 ‘자신 있게 하자’는 말을 많이 해줬고요.
또, 제가 슛 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슈팅에 더 집중했죠. 대회 초반에는 감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운이 따랐어요. 의도치 않았는데 백보드 맞고 들어가고(웃음), 운이 따르면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BNK No.4 김지은
김지은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김지은은 여전히 즉시 전력이 아니다. 다만, 김지은이 자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발현한다면, 박정은 BNK 감독이 김지은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김지은 역시 ‘많은 출전 시간’을 생각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을 달았다. 단점을 보완하고, 투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등번호부터 바꿨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4’라는 숫자를 등에 달았다. 달라진 등번호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시즌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앞에서 이야기했듯, 수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라는 선수를 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어요. 임팩트를 제대로 심어주고 싶어요.
코트에서 해야 할 일은 어떤 걸까요?
식스맨으로서 투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와 리바운드를 먼저 해내야 해요. 궂은 일로 리듬을 끌어올린 다음, 공격을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번호를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학교 다닐 때에는 11번이나 17번 같은 길고 얇은 번호를 달았습니다. 주위에서 긴 모양의 번호를 다는 게 어울린다고 했거든요. 그런 이유 때문에, 프로에서도 1번을 달았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고민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감독님도 바뀌셨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고민을 한 끝에, 4번으로 결정했어요. 어떻게든 저를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목표가 컸던 것 같아요.
팬들한테 어떤 선수로 부각되고 싶나요?
재작년 시즌만 해도, “가끔씩 한방을 터뜨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그런 한방을 많이 못 보여드렸어요. 지난 시즌보다 그런 역할을 더 잘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열정 있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사진 제공 = WKBL,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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