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대통령 선거 투표 개시..오르테가 5선 유력
[경향신문]
오르테가·무리요, 정·부통령 부부 재선할 듯
대선 경쟁자들 인지도 낮고 정권과 가까운 탓
미·EU 측, 독재로 규정···“FTA 배제 방안 검토”
중미 니카라과에서 7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투표가 개시된 가운데 미주 현역 최장수 정상인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4연임이 유력하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8일 보도했다.
5년 임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중미 의회 의원을 함께 뽑는 이날 투표는 니카라과 전역 1만3000개 투표소에서 11시간 동안 치러졌다. 개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4연임이자 통산 5선에 도전하는 좌파 여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75)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 강력한 경쟁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한 채 치러진 대선이어서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1985~1990년에 이어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집권 중인 오르테가 대통령은 미주 현역 최장수 정상이다. 산디니스타 혁명 이후 1979~1985년에도 실질적인 국가 수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선돼 2027년까지 임기를 연장하면, 총 30년이 넘는 장기집권 길이 열린다.
2017년에 부통령으로 함께 당선된 대통령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여사(70)가 이번에도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당선 시 세계 첫 부부 정·부통령 집권도 5년 더 연장된다.
앞서 오르테가 정권은 연임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유력 대선주자 7명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을 40명 가까이 체포했다. 후보 등록 후에 야권연합의 미스 니카라과 출신 부통령 후보가 주목을 받자, 후보를 가택 연금하고 야당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현재 남은 대선 경쟁자 5명은 인지도가 극히 낮은 데다 오르테가 정권과 가까운 후보들로 평가받기 때문에 니카라과 국민들의 반(反)오르테가 정서가 대선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르테가 대통령이 4연임하는 데 사실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국제적인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외교 수장들은 니카라과의 대선이 ‘거짓·사기 선거’라고 비난하며 오르테가 연임은 니카라과가 독재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팬터마임 선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하며 제재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미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니카라과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이후 니카라과 국민의 고국 탈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카라과 정부가 2018년 반정부 시위를 탄압한 이후 야권 인사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이웃 코스타리카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 국경에서 밀입국하다 체포된 니카라과인들도 지난 1월 575명에서 7월 1만3391명으로 급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니카라과인 수백명은 오르테가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
전 세계 국가의 시민권을 모니터링하는 프리덤하우스의 라틴 아메리카·카리브해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라르도 베르틴은 “니카라과는 지난 15년 동안 기본권이 가장 많이 악화한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독재와 싸우다 배웠나…대선 앞둔 니카라과 대통령 ‘경쟁자 치우기’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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