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헝다사태가 보여준 신용평가의 중요성

송길호 2021. 11. 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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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회사채시장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헝다그룹의 이자 지불 유예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이후 이자 지불 상황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삼 떠오르는 것은 신용평가의 중요성이다.

신용평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두가지 사건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헝다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신용등급의 변화이다. 헝다그룹이 발행한 외화표시 회사채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투기등급인 BB등급을 받고 발행되었다. 투기등급채권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채권을 의미한다. 최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보도되던 시점에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은 CCC등급으로 강등되었다. S&P로부터 CCC등급을 받은 기업이 1년 이내 부도가 발생할 확률은 35%에 달한다. 신용등급의 변화 추이를 보면 헝다그룹의 부실이 별안간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신용평가사의 미흡한 신용평가 능력을 비난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헝다그룹의 경우에는 투자자가 신용평가사에게 책임을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건은 중국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인플레이션 결과이다. 중국은 4개의 자국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간의 영업 경쟁이 심화되고, 기업들의 등급쇼핑 현상으로 인해 발행하는 채권의 절반 이상이 AAA등급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AAA등급을 받은 일부 국유기업의 부도가 발생하였고, 몇몇 신용평가사는 규제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비슷한 신용사건 속에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도는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회사채는 모든 투자자들이 신용도를 분석하는 대신 전문성을 지닌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투자자는 이를 참고하여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용평가사는 기업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기초하여 전문가가 상환 가능성을 판단하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AAA부터 C까지의 신용등급을 매기게 된다. 신용등급이 정확했는지, 적시성 있게 등급이 조정되고 있는지에 따라 신용평가사의 신뢰도와 평판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쌓여 명성자본이 된다. 명성자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발행한 채권을 적시에 상환하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따라 부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회사채 투자자는 자기 책임 하에 투자를 하지만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신용평가사가 그 희생양이 되곤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글로벌 3대 평가사인 S&P, 무디스, 피치가 잘못된 신용평가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촉발한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국의 신용평가사들도 많은 굴곡을 경험했다. 외환 위기부터 건설사 연쇄 부도사태, 동양사태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부실이 발생하면 예외없이 부실한 신용평가에 대한 비난이 제기되고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곤 했다.

다행히도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회사채 부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신용등급의 정확성과 적시성이 제고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평가의 질을 제고하여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신용평가사의 부단한 노력이 신뢰도 제고라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회사채시장의 다양한 참여자의 관심과 자극도 신용평가사의 신뢰도 상승에 기여하였다. 곧 서른두번째 이데일리의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결과가 발표된다. 크레딧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을 통해 신용평가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SRE와 같은 노력도 국내 신용평가사의 질적 경쟁을 자극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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