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카드 정치

강기택 금융부장 2021. 11. 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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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는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승자는 정치인과 일부 관료다. 전자는 선거에 이기는 것으로, 후자는 출세를 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다. 패자는 그들을 뺀 나머지다. 비용을 부담한다.

자영업자에게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깎아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다. '카드자본'을 때리면서 정의로운 이미지와 표를 얻는다. 게다가,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두드러진 때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참여정부가 카드 수수료에 개입했던 것도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행위였다. 2012년 이명박정부가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것도 그해 말 대선을 의식한 조치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모두 카드 수수료 인하를 들고 나온 것도 득표전략이긴 마찬가지다.

덕분에(?)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부가세를 되돌려 받는 것까지 계산하면 매출 5억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0%다. 매출 5억 초과~30억 이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도 0.1~0.3%다. 반면 카드사 신용판매는 적자다. 매출 10억 이하 가맹점을부터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수수료를 더 낮추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진작부터 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모아 압박했다. 대선 직전인 까닭이다. 반발이 없을 리 없다. '카드노동자'가 들고 일어났다.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다. 사무금융노련 등을 끌어 들여 세도 불렸다. 정치에 정치로 맞선다.

카드노조의 요구사항은 2가지다. 수수료 추가 인하 반대와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제도 폐지다. 카드노조협의회에 따르면 12년 동안 13번 수수료를 건드리면서 영업점의 40%가 사라졌다. 10만명에 육박하던 카드모집인은 8500명으로 줄었다. 산업이 황폐화된 것이다. 고객한테도 영향을 줬다. 무이자할부와 같은 소비자 혜택이 없어졌다. 이른바 '혜자카드'는 매년 수백종씩 단종됐다. 수수료를 이자이익으로 만회하는 구조여서 카드사 대출고객은 이자를 더 물 수 밖에 없다. '고객=국민'이니 국민이 십시일반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비용을 대는 셈이다.

영세·중소 가맹점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광주 자영업자 배운천씨의 지난 6월 연설은 이를 잘 드러낸다. 그는 '눈 앞에서는 이익인 것 같은데 돌아서서 보니 손해'라고 했다. 카드사가 수수료로 돈벌이가 안 되니 가맹점 모집과 카드 승인업무 등을 하는 밴사에 수수료를 덜 준다. 밴사는 가맹점에 포스를 무료로 빌려주다 유료로 바꿨고 영수증용 감열지값도 받는다. 영세·중소가맹점의 매출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니 카드사가 마케팅 행사를 안 한다. 고객이 감소하니 가맹점도 죽을 맛이다. 카드사들은 그나마 돈이 되는 대형가맹점 위주로 마케팅을 벌인다. 가맹점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특히 적격비용 재산정은 그 자체가 문제다. 카드사는 주업인 신용판매가 망가지니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짜냈다. 그랬더니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며 수수료를 또 치려고 한다. 이렇게 무한반복되면 점포와 인력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카드산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1~3분기 카드사의 이익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조달금리가 싼데다 대손충당금이 준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적자를 메우라고 자기자본의 6배이던 대출을 8배까지 늘려줬지만 한 산업이 본업에서 이익을 못 내도록 제도를 만든 건 정상이 아니다.

수수료를 정치화해 소수는 이득을 봤지만 손실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화한 것이다. 산업과 고용, 고객 편익 등 어떤 측면에서도 플러스는 없다. 영세·중소가맹점도 궁극적으로 수혜를 보기보다 피해를 입는다. 당정에게는 '밑지는 장사'겠지만 수수료를 정치적 카드로 쓰는 가격통제는 그만 둬야 한다. 그게 '적폐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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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금융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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