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어쩌다가 만났을까?
[경향신문]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을 생각한다. 저녁에 나가서 아침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둘이 만나는 경우는 아침이나 저녁 이 둘뿐이지만, 만나기는 만난다.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인사한다. 둘은 아직 부부다.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다. 다음에는 언제 만날까? 약속을 정하지 않는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과 저녁에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만난다. 만나기는 만난다. 어쩌다가 우리는 만났을까?
김언(1973~ )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부부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가늠하기 어려운 확률인지라 그저 인연이라 생각할 뿐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기르면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좋은 날보다 ‘지지고 볶는’ 날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울고 웃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사랑이고 행복이다. 부부의 삶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처럼 특별한 날들의 환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직업, 즉 경제력이다.
이 시의 부부는 한집에 살면서도 “아침이나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본다. 일하는 시간이 서로 달라 인사를 나누곤 금방 헤어진다. 부부지만 남보다 못한 형편이다. 사랑을 나누거나 따뜻한 밥 한끼 함께 먹을 시간조차 없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쩌다 만나 부부가 됐을까’ 회의한다. 이런 상황에서 애를 갖는 건 사치다.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혼하러 갈 시간조차 없어 ‘아직’ 같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영’이란 말에선 불안과 슬픔이 배어난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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