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반도체 기업 자료 제출 마감..'민감 정보 어디까지' 촉각

[경향신문]
미국 정부가 요청한 공급망 등 내부 정보 제출 시한 다가와
대만 TSMC·미국 마이크론 등 ‘민감한 내용’ 공란으로 이미 제출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막판 고심…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할 듯

미국 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에 요구한 공급망 정보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료를 속속 제출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이 구체적인 고객사 정보 등 민감한 내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사이트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대학 등 유관기관 20여곳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TSMC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등이 자료를 냈다.

지난 9월 미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 조사하겠다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상대로 45일 내로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설문에는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 수량과 주문 내역, 제품별 매출, 고객사 정보 등 총 26가지 문항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민감한 정보도 포함됐다.

미 정부는 핵심 영업기밀이 담긴 설문자료에 대해 ‘제출은 자발적이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업체들은 사실상의 강제 조치로 인식했다. 제출 시한은 오는 8일(현지시간)이다.

영업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미 정부는 기업들이 고객사 정보 대신 자동차용, 휴대전화용, 컴퓨터용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TSMC 등은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 공개 형태로 자료를 제출한 타워세미컨덕터는 제품별 최대 고객사 3곳을 묻는 질문에 “당사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서 해당 정보를 밝힐 수 없다”고 기재했다. 또 제품별 재고와 최근 판매량 등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TSMC와 마이크론은 비공개 형태로 자료를 제출했는데, 타워세미컨덕터와 같은 이유로 민감한 내부 정보는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막판까지 자료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들도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와 관련해) 여러 사항을 고려해 차분히 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