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의 남극'에서 희망의 드릴 소리가 울려퍼질 거예요

이정호 기자 2021. 11. 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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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달 표면에 내년 말 투입될 로봇 착륙선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민간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이 만든 로봇 착륙선은 달 남극의 땅을 파내 얼음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인튜이티브 머신 제공
NASA와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
달 남극 근처로 로봇 착륙선 보내
표면 뚫고 물 존재 여부 수색하기로
드릴로 1m 들어가 흙 속 물질 분석
물 확인 땐 ‘아르테미스’ 계획 탄력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퍼스트맨>의 분위기는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치고는 무척 차분하다. 이 영화에는 외계인의 습격도, 우주쓰레기 사고도, 소행성 충돌도 없다. 달 착륙이라는 목표를 향해 제 역할을 다한 실존 인물인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에게 영화 속 카메라는 조용히 초점을 맞춘다.

영화가 현실에 기초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인 달 착륙 장면 역시 사실적이다. 암스트롱은 착륙선에서 사다리를 타고 월면으로 내려가다 지구 교신소에 “흙의 입자가 굉장히 곱고 부드러워 보인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생소한 환경을 묘사하는 암스트롱의 말에 따라 밀가루를 고루 뿌려놓은 듯한 월면을 한참 응시한다. 바짝 말라 척박하기 그지없는 달 표면이 인류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런데 요즘 달 표면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1969년과는 의미가 다르다. 생명을 지탱하는 원천인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한다는 징후가 10여년 전부터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민간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은 달 표면에 내린 뒤 땅을 뚫어 물이 있는지 직접 확인할 로봇의 파견 지점을 발표했다. 이 로봇 착륙선은 내년 말 달로 간다. 2024년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내고, 이후 상주기지를 지으려는 일정에 시동이 걸렸다.

■ 지구에서 물 공수하면 ‘고비용’

NASA는 왜 물을 달에서 찾으려는 걸까. 물은 사람이 달에 기지를 짓고 오래 살기 위한 필수 물자다. 그런데 지구에서 공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 1㎏짜리 물체를 올리는 데 들어가는 로켓 발사 비용은 적어도 1000달러(118만원), 많게는 2만~3만달러(2300만~3500만원)까지 소요된다. 지구에서 고도 수백㎞까지 물건을 띄우는 데에만 이 정도 비용이 드는데,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까지 물을 수시로 옮기는 비용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달에서 물의 징후가 확인된 건 꽤 오래전이다. 2008년 인도의 탐사선 찬드라얀 1호는 달 남극에 실험체를 떨어뜨려 분진을 일으켰는데, 여기서 물 흔적이 발견됐다. 이듬해 NASA의 ‘LCROSS’ 탐사선도 달 남극에 물체를 충돌시켜 같은 흔적을 확인했다. 왜 하필 달 남극에서 물의 흔적이 나왔을까. 이곳에 운석 충돌구가 많아서다.

해가 지평선 근처를 맴도는 달의 극지에 안쪽으로 움푹 파인 충돌구가 존재한다면 햇빛이 영원히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영구음영지역에선 영하 160도 이하가 유지되면서 물이 햇빛에 증발하지 않고, 얼음 상태로 존재한다.

내년 말 달에 내릴 로봇 착륙선에 장착될 핵심 장비인 드릴을 연구진이 들어보이고 있다. 드릴은 월면 아래 1m 깊이까지 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월면 1m 굴착해 얼음 ‘직관’

달 남극의 물을 공중을 도는 탐사선에서 간접적으로 탐지하는 게 아니라 월면을 파헤쳐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탐사 일정이 지난주 발표됐다. NASA가 달 남극 주변의 ‘섀클턴 충돌구’ 근처로 내년 말 로봇 착륙선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곳이 선택된 건 물이 있을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지구와 지속적인 통신이 가능하고, 햇빛도 적당히 받을 수 있어 임무수행 기간인 10일 동안 태양광으로 로봇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서다.

착륙선은 지구에서 원격조종하는데, 물을 찾기 위한 특수장비가 실린다. 핵심은 드릴이다. NASA는 달 표면을 1m 깊이까지 뚫고 들어가 흙을 파낼 계획이다. 막대기처럼 생긴 드릴은 중량 36㎏으로, 질량 분석기가 내장돼 굴착한 흙에서 물 성분을 비롯해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 인간 상주기지 건설 탄력

NASA가 달에서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2024년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내고, 2028년에 상주기지를 짓는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탄력이 붙는다. 물을 찾는다면 화학적인 분해를 통해서 산소를 뽑아낼 수도 있다. 산소는 로켓 추진제와 달 기지 대원들의 호흡용으로 쓴다.

NASA는 2023년에는 바퀴를 굴려 주행하는 탐사차량 ‘바이퍼’를 달에 투입한다. 여기저기 이동하며 굴착을 해 ‘물 존재 여부’에 확인 도장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니키 웨크하이저 NASA 우주기술임무국장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작업으로 인해 앞으로 달에서 어떻게 기계를 운영하고 탐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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