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를 떠나라" 미·이스라엘 등 필수 인력 제외 대피 시작
[경향신문]
국가 비상사태 사흘 만에
반군, 수도 인근까지 진격
한국도 체류 국민 출국 권고
1년 넘도록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에티오피아에서 반군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까지 진격하자 미국 국무부가 자국 국민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한국, 이스라엘 등도 자국 교민에게 에티오피아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에티오피아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예고 없이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생필품 부족, 고립, 통신 두절 등의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필수인력을 제외한 주에티오피아 외교공관과 미 정부 시설의 직원·가족에게 현지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전날에는 에티오피아에 있는 모든 미국인은 가능한 한 신속히 출국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6일 에티오피아에 있는 외교관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3일 에티오피아에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비필수적인 현지 방문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 5일 에티오피아 전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출국권고인 3단계로 상향했다. 외교부는 “이번 조정은 에티오피아 내 내전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감안한 것”이라고 상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 체류하는 재외국민은 약 270명으로 알려졌다.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거주하는 교민 김모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사재기가 시작돼 20㎏에 7만~8만원 하던 쌀을 이제는 20만~30만원 줘도 못 사는 상황”이라며 “아디스아바바에서 군사적 충돌은 없었지만 일부 교민들은 이미 외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고 전했다.
내전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최근 TPLF는 오로모해방군(OLA)과 연합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00여㎞ 떨어진 지점까지 장악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난 2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전투원의 진격을 막기 위해 무기를 들 것을 호소했다.
에티오피아 전쟁 배경에는 TPLF 세력과 아비 총리 진영의 정치적 다툼이 있다. TPLF는 약 30년 동안 중앙정계를 주름잡다 2010년대 후반 주요 인사가 반부패 단속 대상이 되면서 주변으로 밀려났다.
TPLF 세력 축출 직후 정권을 잡은 아비 총리는 TPLF의 독립 요구에 반대하며 내전을 이어갔다. 아비 총리는 지난달 재선에 성공해 향후 5년간 총리직을 연임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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