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민간 병상 징발'..전문가들 "응급환자 치료 공백, 결국 시민들 피해"

이창준 기자 2021. 11.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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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 내 먹는 코로나 치료제 40만여명분 계약 마무리"

[경향신문]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서며 의료대응을 민간 병원의 병상 ‘징발’로만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의료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병상 동원은 다른 중환자 치료 공백 등 부수적인 피해가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 전담병상 추가 확보 방안을 발표하면서 종전 1.5% 중환자 병상을 동원하고 있던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에 2.5%(예비행정명령 1% 포함)의 중환자·준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동원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환자 병상을 미리 확보하려는 조치이지만, 정부가 병상 동원 명령을 내린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포함해 벌써 네번째이기 때문에 일선 병원 현장에선 피로감·부담감이 크다.

코로나19 외 다른 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기준 전체 병상의 5~10%가량 중환자 병상을 운영하는데, 그중 절반 수준인 4%를 코로나19 환자에 쓴다면 다른 중환자들은 그만큼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비교적 소홀히 관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선빈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에는 패혈성 쇼크나 급성 심근경색 등 환자들로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어도 중환자실이 모자라 다른 병원으로 보내거나 자리가 날 때까지 응급실에서 버티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병상을 나눠 코로나 병상을 만들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숙련 의료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추가 확보한 병상도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 발표 이후 아직까지 추가적인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확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늘어나면 중환자도 덩달아 늘 수 있는 만큼 확진자 수 관리를 하면서 기존 의료체계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보다는 병상 동원을 이행할 수 있는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을 먼저 제공하는 등 병원 측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안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의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부는 머크사 치료제 20만명분과 화이자사 7만명분의 구매 약관을 체결한 상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3만4000명분은 머크사와 화이자사, 로슈사를 대상으로 선구매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11월에 확정할 예정”이라면서 “이미 편성된 362억원(3만8000명분) 외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1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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