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도 투자다'.. MMF로 움직인 돈, 한 달 새 28조

최형석 기자 2021. 11. 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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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시장 약세에 '逆 머니무브'.. 펀드·MMF 북적
ETF 등 지난달 1조2500억 몰려
4개월째 순유입.. 3년만에 처음
금리 오르자 채권형 편드는 고전
그래픽=송윤혜

주식과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투자가 줄면서 주식형 펀드가 불어나고, 대기성 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이 이동하면서 고수익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움직이는 ‘역(逆)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2969.27에 그쳐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7월의 3300선 돌파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국채 금리(3년물)도 연 0.795%(작년 8월 5일)에서 1.944%(5일)로 올랐다.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MMF 설정액 170조원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향후 흐름을 보고 투자하겠다는 관망세가 커진 것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4일 기준 170조원으로 지난 9월 말(142조원)과 비교해 한 달여 만에 28조원(20%) 증가했다.

MMF는 만기가 30일 이상 1년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만기가 통상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현금성 자산으로 볼 수 있고, 잠시 투자를 쉬는 대기성 자금으로 본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 격언이 들어맞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나 미국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라는 의견이 많다.

◇주식형 펀드로 움직인 자금 3조 넘어

종목 투자 대신 펀드 매니저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려는 움직임도 커졌다.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등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는 1조2536억원이 들어오며 4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2018년 10월∼2019년 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4개월간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돈은 3조1434억원이었다.

직접 투자는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매수·매도액의 평균)은 11조7535억원으로 이는 작년 10월(10조847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월(26조4778억원)보다 15조원가량 줄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연초만 해도 반도체·2차 전지·플랫폼 등 대형주가 크게 오르며 거래 대금이 늘었는데, 해당 종목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는 내년 2분기 이후에 증시가 상승세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에 취약한 업종 비율이 59%에 이른다”며 “내년 2분기쯤 병목현상이 완화되면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진정되면서 증시도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봤다.

펀드 중에서 주식형 펀드로는 돈이 들어오는 반면, 채권형 펀드는 금리 인상(채권값 하락)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시중에 푸는 돈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긴축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지난 8월에 이어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지난 6월14일 36조3000억원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4일 32조6000억원까지 줄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방어적 투자’가 유리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방어적 성격의 자산 목록을 짜야 한다고 추천했다. 대신증권은 이자·배당·임대료 등 정기적 수입이 나오는 ‘인컴형 상품’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했다. 배당주나 물가 오름세로 임대료 상승이 기대되는 미국 리츠, 투자 등급 회사채도 양호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임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 1~9월 매매 총액이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35조7551억원)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 회피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의 비율을 확대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2차 전지·전기차·메타버스 등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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