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검찰이 주도하는 대선"

윤호우 논설위원 2021. 11. 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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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7년 17대 대선을 불과 2주일 앞둔 12월5일, 유권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TV에 쏠렸다. 검찰이 BBK주가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진영은 환호성을 올렸다. BBK 사건에 이 후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 측은 BBK 사건에만 매달렸지만 승리의 저울추는 이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14년 전 ‘정치검찰’은 이명박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기 위한 면죄부를 준 셈이었다. 진실은 뒤늦게 공개됐다.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었다고 지난해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됐지만 2007년 대선은 지나간 과거가 돼버렸다.

20대 대선에서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 검찰이 수사 중이다.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 기소)이 압수수색 직전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석열 후보 역시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측근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소위 ‘고·윤·주’ 의혹(고발 사주·윤우진 관련 스폰서 및 뇌물수수외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수사,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수수 등 모두 8건의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2위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더 이상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사상 최초’라는 표현을 썼지만 2007년 대선도 검찰이 주도한 선거였다. 공교롭게도 홍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의 BBK 사건 대책팀장을 맡았다. 그의 글에 표현된 ‘비리 의혹 대선’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20대 대선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과 공수처는 신속·공정한 수사로 ‘검찰 주도 대선’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을 보고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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