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대선, 후보들 '착잡한 민심' 직시해야

한겨레 2021. 11. 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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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모든 후보 '비호감도' 전례 없이 높아
증오와 진영 갈등 넘어야 희망 있다
안팎 위기 극복할 비전으로 승부를
여야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20대 대선 후보들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되면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인 본선 무대로 올라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윤 전 총장 외에도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전체적인 대선 윤곽이 완성됐다. 넉달 뒤(2022년 3월9일), 국민들은 이들 중 한명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이 중 한명이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진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마음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현재까진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커 보인다. 지난달 19~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에 대해 모두 “호감 가지 않는다”는 답변이 “호감 간다”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게 “호감 간다”는 답변은 각각 32%, 28%에 불과한데, “호감 가지 않는다”는 답변은 60%, 62%로 배를 넘었다. 이처럼 후보들에 대한 지지 열기는 낮고, 비호감도는 높은 대선은 처음이다.

원인은 우선 후보들에게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국정을 운영할 만한 자질, 품격,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각 당 경선전이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해, 후보 간 정책 비교는 뒷전으로 밀리고 막말 경쟁과 실언·망언만 난무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각각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검찰과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후보들의 막무가내식 변명과 억지도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를 더욱 높였다.

후보들이 여태껏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증오와 사생결단식 비장함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을 거친 용어로 공격했고, 윤석열 후보는 오로지 ‘반문재인’만 부르짖었다. 경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선 비전이나 정책을 내세우는 것보다 지지층의 분노나 복수심을 촉발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력 후보들의 정책을 봐도 오랫동안 검토하면서 부작용까지 고려했다기보다는, 선거전에서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위주의 즉흥적 부분이 많다는 점이 국민들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이 결정된 지금도 국민들 상당수가 마음 둘 데를 못 찾고 있다. 또 지지 후보를 결정한 국민들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보다 ‘더 암담해질 세상’을 피하려는 선택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후보들에게 바란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후보가 되어달라. 진영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얄팍한 수를 버리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들이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달라. 무엇보다 더 이상 증오와 보복의 정치에만 호소하지 말기 바란다. ‘증오’만 부르짖는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

아울러 두 유력 후보는 국회의원 경력이 없다. 직선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은 없었다. 양당이 ‘0선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큰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0선 후보’를 바라보며 대화와 타협보다는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만 의존하진 않을지, 그래서 늘 정국이 흔들리고 위태로운 상황을 5년 내내 지켜보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커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강성 일변도’를 추진력이라 착각하지 말고, 건전한 양식과 균형 감각의 묘를 살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전에서 국민들 앞에 ‘과거’가 아닌 ‘미래’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지, 국민들이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좀 더 분명히 제시할 것을 당부한다.

이번 대선이 이런 형태로 진행되는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정치권에 있다. 그러나 이를 용납한 유권자들의 책임도 전혀 없다 할 순 없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로지 ‘사이다’, ‘응징’에만 박수를 보냈다. 그것만으로는 절대 내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의 폐해가 극도로 심각해져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은 전방위적이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온 국민을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빈부·세대·젠더·노사·지역 등 곳곳에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진다. 이런 사회를 우리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순 없다. 남북관계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격변,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그 대응 등 외부적 요인도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궤멸적 진영 다툼으로 날을 지새울 여유가 없다.

대선은 아직 넉달 남았다. 미래를 위해 어떤 이유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정치권을 움직이는 건 민심이고, 어떤 정치인도 민심을 거스르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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