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된 꿈" 무시받던 뉴질랜드 소년..무한 우주에 로켓 18개 쏘아 올리다

김리안 2021. 11. 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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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피터 벡 로켓랩 CEO
밤하늘 보며 우주비행 꿈 키워
우주개발 산업 불모지 뉴질랜드 출신
미니 자동차 개조하며 로켓 개발 꿈
학업 포기하고 매진..美서 회사 설립


뉴질랜드의 한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우주 비행을 반드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 매료된 그 소년은 성인이 된 뒤에도 그 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결국 우주개발 산업 불모지인 뉴질랜드를 떠나 미국에서 우주개발 기업을 설립하겠다고 결심했다.

우주개발 기업 로켓랩의 피터 벡 최고경영자(CEO) 이야기다. 로켓랩은 소형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로 띄운다. 지난 8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10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15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로켓 개발 꿈꾼 뉴질랜드 소년

벡은 뉴질랜드 남섬의 목가적 도시 인버카길에서 태어났다. 보석학자 겸 박물관장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랐다. 그의 가족은 기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영향을 받아 벡은 10대 때 이미 터보엔진에 눈을 뜨고, 낡은 미니 자동차를 혼자 개조하기도 했다.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게 된 그는 우주로 향하는 로켓을 만들고 싶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엔 장래 희망을 ‘로켓 개발자’라고 썼다. 이를 본 그의 진로 상담 교사는 벡의 부모에게 학부모 면담을 요청했다. “벡이 꿈꾸는 직업이 통상 정해진 진로의 틀에 맞지 않을뿐더러 심각하게 허황된 꿈”이라는 이유에서다.

벡은 포기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교육 환경에서는 우주개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국 17세 때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떠나 뉴질랜드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피셔앤드페이켈에 들어갔다. 공구·금형 제작 견습생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벡은 공구 제작 기술을 통해 로켓을 제조하는 기술을 스스로 습득했다. 로켓 발사 실험을 위해 회사 작업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벡은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이후 산업연구소(현 캘러헌이노베이션)에서 일하며 스마트 재료, 복합 재료, 초전도체 등을 연구했다. 그곳에서 훗날 평생의 은인이 된 뉴질랜드 기업가 스티븐 틴달도 만났다. 틴달은 로켓랩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다.

미국 건너가 나만의 로켓 제작

벡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우주개발 기업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미국 로켓산업 현황을 둘러보던 벡은 ‘내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벡은 2006년 로켓랩을 세웠다.

2009년 11월 ‘아테아(Atea)-1’ 로켓 발사 성공으로 남반구에서 최초로 우주에 진입한 민간기업이 됐다. 이후 로켓랩의 사업을 다각화해 궤도 발사 사업으로 확장했다. 2010년 미국 정부로부터 큐브샛(초소형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저비용 우주발사체를 연구개발(R&D)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 계약 덕분에 인력, 시설, 장비 등 NASA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로켓랩은 한층 더 발전했다.

2013년부터 활발한 투자 유치도 이뤄졌다. 코슬라벤처스, 베스머벤처파트너스 등이 자금을 대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2015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호주 국부펀드인 퓨처펀드 등도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을 개발한 로켓랩은 2017년부터 상업적인 발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8년 NASA의 교육용 나노위성 발사 프로젝트인 엘라나(ELaNa) 미션 수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렉트론은 길이 17m, 지름 1.2m에 무게 12t인 2단 액체연료 발사체다. 200~300㎏의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현재까지 로켓랩이 성공시킨 소형 발사체는 총 18개다. 소형 발사체 사업에서 실적을 내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단 발사체를 낙하산에 매달아 지구로 되돌리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재사용 로켓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장 뒤 ‘뉴트론’ 개발에 박차

로켓랩은 지난 8월 스팩 상장 등으로 8억달러의 운영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랩은 이 자금을 2024년까지 차기 발사체 ‘뉴트론’을 연구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로켓랩에 따르면 뉴트론은 40m 내외 길이의 재사용이 가능한 중형 발사체다. 8t 무게의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67m 길이에 13.15t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발사체 팰컨9보다는 작다. 수십 개의 군집 위성을 발사하거나 달과 화성 등 먼 우주 공간에 화물을 보내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벡은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우주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로켓랩은 발사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우주선 설계, 제조, 운영, 발사까지 모두 제공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우주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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