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팽창, 카드사태와 같은 위기 부를수도"..금통위원 일침

류난영 2021. 1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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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넘치는 유동성에 대해 한국은행 내부에서 조차 2002년 카드 사태 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 통화량인 광의통화(M2)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이어 내년 1월에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7일 한국은행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최근 지나치게 늘어난 통화량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파 성향의 위원들은 최근의 늘어난 통화량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부동산 투자에 의한 것인 만큼 우려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비둘기파 위원은 유동성 자체가 팽창하기보다는 시중에 풀린 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M2(평잔, 계절조정)는 지난해 3월에만 해도 2982조7000억원으로 3000조원 아래였으나 지난 8월 3494조4000억원으로 1년 5개월만에 511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와 관련 매파(긴축 선호) 성향의 한 금통위원은 과도한 유동성 팽창이 위기로 이어졌던 2002년 카드사태 등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M2가 통화정책의 참고 지표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유동성에 관한 총량지표로 통화량을 중시하고 있으며, 금리중시 통화정책 체계 하에서도 여전히 통화량(M3)을 상세히 분석하고 이를 정책운영에 참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큰 틀에서 M2 증가율은 금융취약성지수(FVI)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 왔으며, 과도한 유동성 팽창이 예외 없이 위기로 이어진 역사적 경험이 입증하듯 2002년 카드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M2 증가율이 급등한 바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가계, 기업, 정부, 국외부문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신용공급이 크게 증가하는 등 유동성 증가가 전면화되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신용공급과 자산투자가 맞물리는 과정에서 통화가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까지 관찰되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M2가 소비,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매파 성향의 또 다른 위원도 늘어난 통화량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금융불균형을 키웠다는 논조를 내세우며 다음번 회의에서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은행 등 간접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상황을 나타내는 M2 증가율은 민간신용 공급 확대 등으로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M2 증가율에 대한 민간신용의 기여도를 보면 기업부문은 지난해에 비해 하락했으나 가계부문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가계대출이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주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노력과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한 금융불균형 확대 추세는 충분히 제어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상품이 발달하고 지급결제 수단이 다양해 지면서 통화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통화지표 간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는 만큼 통화량의 경제적 의미도 과거에 비해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비둘기파 위원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외생적 충격에 기준금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민간신용이 늘면서 M2가 증가했는데 올해는 경기회복에 따라 늘어난 기업이익과 가계소득이 금융기관으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M2가 내생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 M2에 비해 포괄범위가 넓은 금융기관유동성(Lf)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유동성 자체가 팽창하기보다는 시중에 풀린 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의 채권자금의 순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자금마저 순유입 기조로 돌아서면 국외부문으로부터의 통화공급이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과거와 같이 통화를 직접 흡수하지 않는 이상 이를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등 M2를 조절할 만한 정책수단은 마땅치 않다"며 "시중 자금이 수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통화지표 간의 흐름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금리중시 통화정책 하에서 M2의 중요도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을 수 있으나 M2가 시중 유동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만큼 아직은 관련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들어 M2의 움직임에 실물요인에 의한 영향이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자산시장 관련 자금의 흐름이 상당한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 내부에서 통화량 증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서 이번달에 이어 내년 1월에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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