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금리, 불안한 주식·부동산 시장

한겨레 2021. 11.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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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이후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10월 한 달에만 0.5%포인트 이상 올라 2%를 넘어서기도 했고, 10년만기 국고채금리는 0.35%포인트 올라 2.5%에 육박했다. 시장금리는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 2018년 경기 확장기 수준에 놓여 있다. 미 국채 금리도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위기 직전 수준에 못 미친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도, 부동산 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월에는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오르는 와중에 우리 증시가 떨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오랜 기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 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비율이 3분기에 비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주간 단위 부동산 가격 상승률에서도 둔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라고 판단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시장에서는 11월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 규모의 축소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며 한국은행의 행보 역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다. 내년 말까지 2%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출 규제도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9월부터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금융기관들은 이를 대출금리 인상 기회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를 인상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 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대출 물량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금리 인상으로 상쇄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으로서는 더 나은 운용 자산이 생긴 셈이기 때문에 다른 시장금리 역시 전반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내놓는 각종 정책 공약들도 금리 급등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판단된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등장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와 이에 따른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이슈지만, 여러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 역시 대규모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이나 증세에 대한 장기적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나, 원화의 위상이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와 다르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공급이 늘어나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은이 이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금리를 내리려 하면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져 오히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높아 문제가 없다는 인식도 발견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채권시장에 부담이다.

게다가 한은은 이미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적으로 바꾼 상황이다. 재정 적자를 늘리고 한은이 국채 매입에 나서면 민간 부문에는 긴축적, 정부 부문에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병행되는 셈인데, 이 같은 이중적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통해 국채 매입 규모를 먼저 줄인 뒤 금리를 인상하는 순서를 따르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한국 증시의 부진이 빠른 긴축과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80% 이상의 기업이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3분기 기업 실적은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 정도였다.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급등한 금리와 금리를 끌어 올린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식, 부동산 투자에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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