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소방서 앞에 요소수..'119 출동 지연될라' 조용한 기부 발길

[경향신문]
요소수 품귀 현상에 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를 두고 사라지는 기부 천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오전 8∼9시쯤 경남 김해서부소방서 율하·장유·진례 119안전센터 입구에 10ℓ짜리 요소수 박스가 쌓였다. 경남소방본부는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살펴 보니 2명의 남성이 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 남성은 차량에 요소수를 싣고 다니며 김해 율하안전센터에 3통, 장유안전센터와 진례안전센터에 각각 1통씩의 요소수를 두고 사라졌다. 또 다른 남성도 비슷한 시간대에 장유안전센터에 요소수 3통을 기부하고 사라졌다. 경남소방본부는 이들은 요소수 박스에 편지 등은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경남 김해 율하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를 기부하는 남성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소방 당국은 뒤늦게 기부 사실을 알았다. 소방 당국은 이들이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119 차량 출동이 지연되는 상황을 우려해 요소수를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기부한 도민들의 마음을 신속한 출동으로 보답하겠다”며 말했다.

전날 오후 10시쯤에는 강원 춘천소방서 후평119안전센터 앞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10ℓ짜리 요소수 2통을 두고 사라졌다. 당시 119안전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흰색 차 한 대가 진입하고 나서 40여초 만에 다시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방관들이 7일 경남 119안전센터에 기부한 요소수들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요소수 박스는 119 신고 출동 후 복귀한 119안전센터 직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박스 안에는 3.5ℓ짜리 요소수 2통이 들어 있었다. 소방 당국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센터 청사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으나 차량번호 등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10시쯤 한 남성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송119안전센터 앞에 한 시민이 일반 쇼핑백 만한 크기의 박스 3개를 꺼내 놓은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 박스는 이날 센터에 근무 중이던 직원에게 발견됐는데 박스에는 10ℓ짜리 요소수 3통이 들어 있었다. 소방 당국은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준 기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소방 당국은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할 때를 대비해 재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하는 6748대 소방차 중 80.5%가, 1675대 구급차량 중 90%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김정훈·최승현 기자 j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