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 윤석열' 막 오른 프레임 전쟁, "동네 저수지 후보" "사사오입 후보"

유정인 기자 2021. 11. 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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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년 대선을 향한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했다. 거대 양당 대진표가 확정된 직후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이의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이 후보가 ‘과거 대 미래’라고 각을 세우면 윤 후보가 “‘미래’를 오염시키지 말라”고 맞받고, 서로 “동네 저수지 후보” “사사오입 후보”라고 주고받는 식이다. 4개월 장기 레이스의 초반 기세를 잡으려는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대선 후보의 초반 프레임 대결은 ‘과거와 미래’ 논쟁으로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후보가) 자신은 미래를 얘기하려 하는데 저는 과거를 얘기한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미래’라는 말을 오염시키지 말라”면서 “대장동 게이트는 그럴듯한 프레임 짜기를 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검을 수용하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전날 ‘검·언개혁 촛불행동연대 4차 촛불행동’에 참석해 “저는 미래를 얘기하는데 그 분은 주로 과거를 얘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그 분은 주로 보복, 복수를 얘기 많이 하고 저도 잡아넣겠다고 한다”면서 “저는 미래, 민생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문재인’ ‘반이재명’을 내건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윤 전 총장 행보를 ‘과거’ 지향으로 틀 지우는 발언이다.

이 후보의 검·언개혁 관련 집회 참석을 두고 윤 후보는 ‘조국수호’ 대 ‘친조국 세력 심판’으로 각을 세우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는 조국수호 세력에 공개적으로 올라 타 가담했다”면서 “저와 이 후보 중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실지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범여권 지지세력이 분열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환기시키면서 정권교체 여론 결집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내년 대선은 거대 양당 후보의 각축전이 두드러질 거란 전망이 많다. 그만큼 초반 레이스의 프레임 대결도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어떤 프레임을 잡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어젠다를 선점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지가 달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후보 힘 빼기’ 대결도 나타났다. 서로 당내 경선에서 최종후보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받은 득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포문은 이 후보 측이 열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윤 후보는 국민 의사를 뒷전에 두고 수구 보수정당 당원들의 지지에 의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며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아닌 ‘동네 저수지’에서 뽑힌 선수”라고 했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에게 밀렸지만 압도적인 당원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에 선출된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에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62 대 28에서 28을 받은 후보가 선출된 것은 동네저수지 이전에 당신들 경선(방식)이 특이해서 그냥 뽑힌 것”이라며 “3차 투표에서 이 후보는 당심도 민심도 버린 후보였다”고 적었다. 윤석열 캠프의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SNS에 “결선투표를 막기 위해 중도사퇴한 김두관·정세균 후보의 득표수를 총투표수에서 빼버리는 무리수로 턱걸이 당선된 게 이 후보”라며 “정통성 취약한 ‘사사오입’ 후보 측이 무슨 자격으로 국민의힘 투표 결과를 논하느냐”고 맞받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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