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차별·무관심과 싸우는 우간다의 툰베리 "회담만 20여년째"

김민제 2021. 11. 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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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글래스고 통신][기후행동][COP26 글래스고 통신 18]
우간다 FFF 소속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
시위 전 4일 <한겨레> 에 "우리는 선진국 관심밖"
기후위기·인종주의·GDP 차별 등 사회 변화 촉구
"변화는 우리가 주도" 개도국 피해기금 설립 요구
5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조지광장에서 열린 ‘기후파업’에서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와인색 마스크를 쓴 이)가 군중들의 선두에서 함께 행진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진행 중인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성 기후정치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청년세대가 모두 선진국 국적자거나 화이트 앵글로색슨만은 아니다. 툰베리의 스웨덴보다 기후위기로 갈급할 이들은 개도국, 저개발국가에 더 많을 법하다.

글래스고를 찾은 한 여성의 사자후다. “세계 남반구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지만 우리는 (언론의) 1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선진국 사람들한텐 그게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한다.” 지난 5일(현지시각) 글래스고 일대에서 세계 청소년기후환경 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등이 주도한 ‘기후파업’(Climate Strike) 시위에서 이 여성은 검정 모자와 와인색 마스크를 쓴 채 군중의 맨 앞에 서있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11월 둘째주 표지에서도 여성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진 밑에는 ‘The Activist’(더 액티비스트, 행동하는 이)라고 설명이 달렸다. 25살의 바네사 나카테(Vanessa Nakate).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자라며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으로 고통받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전 세계를 돌며 우간다의 기후문제를 알리고 다니는 FFF 소속 운동가다.

다만, 나카테에겐 여느 기후전사들보다 전선이 더 많다. 인종차별, GDP 차별과도 맞서야 한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해 초 기후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5명 중 가장 끝에 서 있던 바네사를 사진에서 도려냈다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는 글래스고 현지에서 나카테를 만나기로 했으나, 현지 일정이 바빠지면서 이메일 인터뷰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1~2일 특별정상회의 뒤 각국 지도자들이 떠난 글래스고에서 미래세대는 더 분노해 있었고, 더 분주해져 있었다.

나카테는 기후위기를 맨 앞에서 겪는 자신의 현실과 세계 지도자들의 논의 수준 사이 까마득한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기후운동에 나선 때는 2019년 1월이다. “하루는 친구(에블린)와 걷고 있는데 경찰 트럭 뒤에 실려가는 시체를 봤다. 폭우 중에 휩쓸려 간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희생자라고 생각했다.” 고향 캄팔라는 거듭해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 메뚜기떼에 의한 역병 등을 노출되어 있었다. 극한의 기상현상을 겪어온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이었다. 툰베리가 영감을 줬다. 그는 “겁을 많이 먹었지만 형제자매, 사촌들과 매주 운동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자국의 국민들도 먼 거리에 있긴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받아들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탓이다. “솔직히, 기후위기는 우간다 사람들 대부분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는 데 몰두해야 한다.”

5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조지광장에서 열린 기후파업에서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가 발언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 “우리가 겪는 극한 날씨와 기후위기 사이 연관성을 교육”하지 않고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부의 관문으로 배우고 있”으며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과 같은 프로젝트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지만, 이곳의 권력자들은 그로 인해 창출될 돈에만 신경을 쓴다.”

나카테는 “세계 지도자들은 종종 주의를 돌리기 위해 우리 청소년 운동가들을 이용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변화를 만든다며 20년 이상의 기후정상회담(만)을 해왔다”며 ‘COP 세대’(COP 태동 초기에 태어난 청년세대)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12일까지 진행될 COP26에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피해기금 설립이 핵심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들은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자 역사적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들”이라며 “가장 오염을 많이 하는 나라들과 이러한 파괴로 이득을 본 화석연료 회사가 (기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요구’다.

“이제 진정한 변화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따를 뿐이다.” 나카테는 내년에 우간다의 시골학교에 태양 전지판과 난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글래스고/김민제 최우리 기후변화팀 기자 summer@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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