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토록 연금을 받는 게 종신보험"이라는 설명을 듣는다면..

전종헌 2021. 11. 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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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수당 많아 현장서 무리수
사업비 최대 35% 수준..가장 비싸
판매 단계서 민원 발생 54.8% 차지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신뢰를 중시하는 금융권 문화에서 가장 불명예로 꼽히는 불완전 판매 '민원왕'을 놓치지 않는 보험권이 여전히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종신보험 불완전 판매다. 종신보험은 가계를 이끄는 가장의 사망을 대비하는 상품으로 IMF 사태 이후 특히 주목 받았다.

이 상품은 보험가입 금액이 크고 사업비(일종의 수수료)도 많이 떼는 구조다. 때문에 판매에 따른 보험설계사 수당도 많다. 종종 판매 단계에서 몇몇 보험설계사가 무리수를 두는 것도 수당이 쏠쏠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민원은 9449건으로 이중 모험모집, 즉 판매 단계에서 발생한 민원이 5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유니버셜 기능 강조…적금으로 둔갑

문제는 종신보험이 여전히 은행 적금과 같은 저축 상품처럼 팔려나가는 데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는 수당을 많이 받기 위해 종신보험을 은행의 자유입출금 예금(보통예금)인 것처럼 현혹해 판매한다. 급전이 필요할 때 중도인출, 여유가 있을 때 추가납입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이는 종신보험의 유니버셜 기능을 강조한 것인데, 종신보험은 은행 적금 상품이 아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 보험 민원 사례를 듣다 보면 황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친구에서 속아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례를 보면 저축 상품으로 둔갑시켰다. 종신보험의 유니버셜 기능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판 것인데 "가족같은 마음으로 설계해 왔다"는 친구의 말만 믿고 저축성 보험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낭패를 겪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종신토록 연금을 받는 게 종신보험"이라는 황당한 설명까지 보태진 사례도 있다.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보험 상품 중 사업비 가장 비싸

종신보험은 사업비가 비싸다. 은행 적금은 별도 수수료가 없지만 보험사가 종신보험에 부과하는 사업비는 통상 보험료의 25~35% 수준에 달한다. 생명보험회사 상품 중 사업비를 가장 많이 떼는 게 종신보험이다. 최근 나오는 연금 받는 종신보험은 보험설계사에게 수당을 2배 더 많이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가 받는 연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설명은 판매 현장에서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종신보험의 사업비 구조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보험료를 낮춘 저(低)해지 종신보험이 유행처럼 팔렸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기존 종신보험 대비 15~30% 저렴한 대신 중도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을 30~70%만 받는다.

저해지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자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도 나왔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는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다. 판매 현장에서는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만 부각하다 보니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다는 점은 제대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상품도 불완전 판매로 도마위에 올랐다.

한편, 종신보험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고 시 경제적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종신보험 만한 것이 없다. IMF 사태 이후 인기를 끈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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