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뷰 제주살이'..불법 숙박업 3년 새 5배↑

“제주시청 관광진흥과에서 나왔는데요.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아니에요.”
“여행차 오신 거예요?”
“네, 맞죠.”
지난달(10월) 27일 오전, 제주시 외곽 지역의 한 주택단지.
제주시청 관광진흥과 숙박업소점검 TF 팀과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들이 집집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거주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온라인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해당 주택 일부 동을 빌려주는 ‘불법 숙박업’ 정황이 포착돼, 이날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선 겁니다.

이곳에 머물고 있던 사람은 집주인이 아닌 ‘관광객’. 행정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미등록 숙박업소 점검차 방문했다는 단속반의 말에, 이 투숙객은 “신고되지 않았어요?”라며 되물었습니다.
숙박업이 의심되는 바로 옆 또 다른 동에서도 “제주 여행을 왔다”며 이불과 수건, 샤워용품 등 보통의 숙박업소에서 볼 수 있는 소모품과 서비스용품도 제공 받았다는 답이 되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10분여 떨어진 한 단독주택 역시 2년 전, 폐업신고를 한 뒤에도 민박업을 이어오다가 적발돼, 이날 행정기관의 계도를 받았습니다.
■ 미등록·미신고 불법 숙박업소, 3년 새 5배 급증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이런 사이, 제주에선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투숙객을 받는 불법 숙박업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적발한 불법 숙박업소는 2018년 101건에서 이듬해 396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에는 무려 542건을 기록해 5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 됐습니다.
올해 현재(10월 25일 기준)까지 적발된 불법 숙박업소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합쳐 374곳으로, 활발한 단속 실적에도 좀처럼 법 위반 사례는 줄지 않는 모습입니다.
제주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매일 불법 숙박업소 온라인 모니터링과 현장 단속 등 집중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그만큼 신규 업장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적발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표적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제주지역 숙박업소는 2018년 8천 건에서 현재 1만 건을 넘고, 이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국내 숙박업소의 60~70%를 차지한다는 게 제주시의 설명입니다.
■ ‘제주살이·독채 민박’…코로나19도 불법 숙박업 ‘부채질’
코로나 사태 이후 제주에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기 위한 나 홀로 자유여행이나 가족 단위, 소규모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부쩍 눈에 띕니다.
특히, 숙박 장소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역시 사람이 몰리지 않는 외진 곳에 있거나, 타인과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독채’ 형태의 한적한 숙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주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에는 최근 몇 년 새 ‘타운하우스 붐’도 일었는데요.
제주시에 따르면 이러한 주택 가운데 아직 미분양 상태인 빈집에 장기 임대 식으로 숙박객을 받거나, 제주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가 숙박 공유 사이트에 자신의 별장을 올려두고, 투숙객을 받으며 영업을 하다가 단속에 걸리는 일도 최근 많아졌습니다.

실제 불법 영업 사례는 이보다도 더 많을 것이라고 행정기관과 관광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장을 급습해도, 투숙객들이 ‘친척·지인’이라며 숙소를 빌렸다고 허위 진술을 하기도 한다”며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에서 불법 숙박업을 하는 경우엔 예약자가 아니고서는 정확한 주소나 동·호수를 특정하기 어렵고, 공동현관 보안 등으로 인해 의심 사례를 모두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숙박업을 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시설을 갖추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또 숙박업이 아닌 ‘임대’의 경우,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불법 미신고 숙박업자는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1천만 원 형에 처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처분이 약하다는 이유로 양형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또 이들 불법 숙박업소는 행정기관에 신고·등록되지 않아 소방안전과 위생 등 관리·점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소비자들의 경우 만일의 사태 발생 시 피해 구제 등에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예약 취소 시, 위약금이나 환급 규정 등을 둘러싸고 소비자 분쟁이 야기될 소지도 있습니다.
설 연휴였던 지난해 1월 말, 가스 폭발 사고로 9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동해의 한 펜션 사례 역시 펜션 간판은 달고 있지만, 농어촌민박 또는 숙박시설로 등록이 안 된 ‘무등록 숙박업소’였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김보형 제주도관광협회 안전관광실장은 “불법 숙박업소는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신변보호나 화재 등 안전 사고에 대해서 보호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등록된 사업자들은 담당 행정기관의 점검과 제재 대상이고, 유사 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지만, 법 밖의 무등록 숙박업소는 ‘개인 대 개인’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온라인 숙박 공유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며 수시로 현장 점검에 나서는 한편, 에어비앤비 등 대표적인 숙박 중개업체들과도 불법 근절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5일 제주도관광협회 회의실에서 관계 기관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숙박 공유 중개업체들과 회의를 열고, 숙박 공유업체 측에 △합법적인 숙박 시설 여부를 확인한 뒤 공유 사이트에 등록하고 △숙박업소 요금표와 신고증 게시 △임대업과 숙박업을 구분해 표시할 것 등을 권고할 방침입니다.
한편 제주도는 불법 숙박업이 의심될 경우, 관할 행정시 ‘불법숙박업소 신고센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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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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