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세상 끝났다" 비웃었는데..신기록 향해 '뒷심작렬', 정신차린 '국민차'[세상만車]

최기성 2021. 11.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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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 거센 도전에 위기 맞아
7월, 1위→10위 순위 급락 수모
가성비 높인 '르블랑', 뒷심 발휘
7~9월 암흑기 극복, 1위 재탈환
중고차 인기도 신차판매에 기여
그랜저 실내 [사진출처=현대차]
[세상만車] "네 세상 끝났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4년 동안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국민차'로 대접받던 현대차 그랜저가 올해 수모를 겪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승용차 10위로 밀려났다. 3개월간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절치부심. 그랜저가 다시 살아났다. 4개월 만에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다. '5년 연속 1위' 대기록 수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7월 암흑기, K8에 지고 10위까지 밀려나
K8 하이브리드 [사진출처=기아]

5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는 지난 10월 9448대가 판매됐다.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다. 3개월 계속되던 암흑기를 끝냈다.

그랜저는 7~9월 '국민차' 이름값을 못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7월 5247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 쏘렌토(6339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경쟁 차종인 기아 K8(6008대)에도 밀려났다. '국민차' 타이틀은 물론 '국가대표 준대형 세단'이라는 명성도 타격을 받았다.

8월에는 더 심각했다. 3685대 팔렸을 뿐이다. 기아 스포티지(6571대), 카니발(5611대), K5(4368대), 쏘렌토(3974대)에 졌다.

동생인 쏘나타(4686대), 아반떼(4447대)보다 적게 팔렸다. 국산차 판매 10위로 추락했다.

2021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라는 핑계가 민망할 정도의 판매실적이었다. K8(3170대)을 간신히 제친 게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었다.

9월에는 판매대수가 3216대까지 줄었다. 1위 아반떼(5217대)와 2001대 차이났다. K8(3188대)과는 28대 차이에 불과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가동이 5일간 중단됐던 것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줬다.

르블랑 트림, 10명 중 6명 이상 선택
그랜저 르블랑 [사진출처=현대차]
현재 그랜저 판매 1등 공신은 스페셜 트림 '르블랑(Le Blanc)'이다. 지난달 구매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선택했다.

현대차는 K8 공세가 거세지던 지난 5월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향상한 2021년형 그랜저로 맞불을 놨다. 아울러 신규 인테리어 컬러와 소비자 선호 사양을 적용한 르블랑을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

트림명 르블랑은 하얀색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베이지(시트)와 블랙 컬러의 새로운 조합의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 앰비언트 무드램프,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후측방 모니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 앞좌석 통풍시트 등 선호사양을 기본화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끌어올렸다.

그랜저(왼쪽)와 K8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르블랑은 K8의 거센 도전과 내년 7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눈길을 그랜저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익성이 좋으면서 빠른 출고가 가능한 차종 위주로 생산을 늘린 현대차 전략도 그랜저 부활에 기여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그랜저 2.5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출고 기간은 10주 정도다. 대부분 3개월 이상, 길게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현대차·기아 차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과 LPI 모델은 한 달 이내에 받을 수 있다. 지금 계약하더라도 연말에 끝날 예정인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확실히 챙길 수 있다.

'5년 연속 1위' 대기록 수립 가능성 높아져
중고차시장에서 인기높은 그랜저 HG [사진출처=현대차]
그랜저는 1등 타이틀 회복으로 5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 수립에 더 가까워졌다. 지난달 1만대에 육박하는 계약 실적을 올린 것도 전망을 밝게 만든다.

올 1~10월 판매대수는 7만4426대다. 전년 동기(12만4736대)보다는 40.3% 줄었다. 그래도 1위다. 2위 카니발(6만4489대), 3위 쏘렌토(5만9470대)와 격차도 큰 편이다.

'출고대란'은 그랜저에도 위기였지만 카니발·K8의 거센 도전을 꺾고 올해도 1위 타이틀을 지키게 해주는 행운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랜저는 2016년 11월 6세대가 출시된 뒤 '국가대표 준중형 세단'에서 '국민차'로 위상이 커졌다. 2017~2019년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9년 11월 나온 6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2020~2021년 순위를 계승했다.

그랜저는 지난해 총 14만5436대가 팔리면서 '4년 연속' 1위 자리를 가져갔다. 아반떼, 쏘나타 뒤를 이어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중고차 1위' 구형 그랜저, 신차 판매에 기여
중고차 3분기 빅데이터 분석 [자료출처=엔카닷컴]
그랜저에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구형 모델의 활약이다. 지금은 단종된 그랜저 구형 모델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인기는 중고차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신차를 살 때도 중고차 가치는 차종 선택에 영향을 준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지난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3분기 등록된 중고차 매물을 분석한 결과 그랜저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카닷컴은 중고차 시장에는 인기 높은 차종이 매물로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많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가 중고차 인기도 1위라는 뜻이다.

올해 3분기(7~9월) 등록대수 상위 20위 중 1위 모델은 2017~2019년에도 등록대수 1위를 차지한 그랜저 HG로 나왔다. 그랜저 HG 후속인 6세대 그랜저 IG는 2위를 기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2011년부터 판매된 5세대 HG와 2016년 출시된 6세대 IG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국민차' 위상을 지킨 셈이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모델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고 그만큼 매물도 많이 나온다"며 "인기에 걸맞게 가치도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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