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에 멧돼지 '어슬렁'..엽총·사냥견까지 나섰다

오진영 기자 2021. 11. 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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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일대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 엽사들이 포획작전에 나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서울 도심에 있는 공원에 멧돼지가 나와서 못 들어간다구요?"

5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일대. 형광색 조끼를 입은 구청 관계자들 수십여명이 산 곳곳에 붉은색 '안전제일' 선을 치고 입산을 막았다. 엽총을 든 엽사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돼지피가 말라붙은 사냥용 단검과 총기를 점검했다. 사냥견들은 이를 드러내며 한껏 웅크렸다. 서울 도심 주택가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서다.

주택가 인근 공원에 멧돼지가 출몰하면서 구청과 엽사들이 총출동했다. 앞선 2번의 포획 작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베테랑 엽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구청에서는 관련 부서 인원이 모두 나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산 출입을 막았다. 이번 작전에서도 멧돼지가 포획되지 않았으나 구청은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 조만간 재포획을 검토중이다.
멧돼지 잡는 '베테랑 사냥견'·엽사 동원돼 오패산 전체 뒤졌지만…"3번째 허탕"
5일 오전 서울 강북구 오동근린공원에서 베테랑 엽사 김영수씨(51·왼쪽)와 성기근씨(62·오른쪽)가 사냥에 사용되는 엽총과 사냥견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강북구청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여에 걸쳐 오동근린공원과 오패산 일대의 시민 출입을 통제하고 멧돼지 포획작전을 시작했다. 출입로 약 35곳이 가로막혔다. 강북구청 공원녹지과 등 관계자 42명이 동원됐다. 엽사 2명과 사냥견 2마리가 출동했고 포획틀 3개가 사용됐다.

엽사들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2일에도 멧돼지 포획을 실시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사냥에서는 반드시 멧돼지를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10년 경력의 베테랑 엽사 김영수씨(51)는 "인근 산이 잡목이 많고 철조망이 설치된 곳이 있어 포획 작전에 어려움이 많다"며 "멧돼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돼지길'로만 다니기 때문에 지형을 잘 숙지하지 않으면 또 놓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멧돼지 포획에는 포획틀 안에 멧돼지가 좋아하는 감자나 사료를 넣고 유인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엽사들은 사냥견을 동원해 멧돼지를 몰이한 뒤 사냥견 목에 설치된 센서에서 알림이 오면 엽총을 들고 출동해 멧돼지를 사살한다. 포획된 멧돼지 1마리당 20여만원(서울 기준)의 포상금이 지급되며, 멧돼지 사체는 소각 처분된다.

5일 서울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일대 산책로에서 멧돼지 포획작전에 투입된 엽사들과 구청 관계자들이 멧돼지 탐색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포획작전에는 사냥견 중에서도 특별히 엄선된 베테랑 사냥견들이 동원됐다. 38년 경력의 '개포수'(사냥견을 사용하는 엽사) 성기근씨(62)는 "오늘 데려온 7세 맥자와 5세 캐치는 사냥견 중에서도 멧돼지 사냥에 특화된 녀석들"이라며 "지난번 여러 마리를 데려왔다가 몇 번 실패해 오늘은 꼭 잡겠다는 각오다. 멧돼지를 물고 놓지 않아 이빨이 빠질 정도의 전문 사냥견들을 데려왔다"고 했다.

이날 엽사들은 4시간여에 걸쳐 오패산 전체를 샅샅이 뒤졌으나 멧돼지 포획에는 실패했다. 앞선 두 차례의 포획작전에서 사냥견에게 물린 멧돼지가 겁을 잔뜩 먹고 숨어서다. 게다가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수색 가능 구역에 제한을 받으면서 작전이 더 어려워졌다. 사람보다 열 배출이 어려운 개들은 오랜 시간 수색할 수 없어 사냥견들이 지친 1시 30분쯤 포획 작전이 종료되고 출입 제한이 함께 풀렸다.

지난번 사냥에서 멧돼지와 다투다 이마에 상처를 입은 '캐치'를 쓰다듬던 김씨는 "시민 분들이 불안해하시는데 멧돼지를 잡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라며 "구청하고 협의해 멧돼지가 활동하는 저녁에 오든지 해서 재차 포획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우이천 타고 내려온 '80kg' 암컷 멧돼지…"포획 완료될 때까지 주의해달라"

5일 서울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일대에 설치된 멧돼지용 포획틀의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대규모 포획 작전 등이 시행되면서 멧돼지 개체수는 평시의 60~70% 선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멧돼지 등을 포함하면 약 200여마리가 서울 일대와 근교에 서식 중이다. 강북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강북구에서만 24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이번에 출몰한 멧돼지는 1살 정도에 80kg 정도로 추정되는 암컷 멧돼지다. 북한산 일대에서 인근 우이천을 타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오동근린공원 일대는 산 위에 위치하고 있으나 주택가를 둘러싸고 있어 멧돼지가 출몰했을 경우 시민들이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치하면 작물 등 추가 피해가 생길 우려도 있다.

다만 이맘때 멧돼지 목격 신고가 느는 것은 개체수 증가보다는 단풍철이 되면서 정해진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다니는 등산객들이 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부 수컷이나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을 제외하면 멧돼지는 원래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한다"라며 "정해진 등산로로만 다니면 위험이 없는데 등산객들이 다른 길로 다녀서 마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구는 3차례에 걸친 포획 작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다시 한 번 포획작전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강북구청 김수경 담당관은 "멧돼지가 포획될 때까지 가급적이면 해진 뒤 등산을 자제하시고 주요 산책로 외의 길로 방문을 삼가달라"라며 "시민분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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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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