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덴마크의 삼성' 레오파마, 피부질환 치료제 세계 1위 비결은.. 신정범 대표와 옌센 대사에게 듣다

김명지 기자 2021. 11.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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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질환 한 우물만 파니 어느새 글로벌 1위"
제약강국 덴마크, 수출 20% 의약품이 차지
113년 된 제약사 레오파마, 덴마크선 유명한 기업
옌센 대사 "해외 진출 자국 기업 적극 지원"
신정범 대표 "소외된 피부 질환자 위한 제품 만들 것"
신정범 레오파마 코리아 대표(왼쪽)와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오파마 제공

클래식한 원목 스피커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TV로 이름난 뱅앤올룹슨은 덴마크 기업이다. ‘20세기 최고의 장난감’으로 뽑히는 레고와 왕실 도자기로 유명한 유럽 식기(食器) 브랜드 로얄코펜하겐도 덴마크 기업이다. ‘북유럽’ 인테리어 감성으로 유명한 프리츠 한센과 루이스폴센도 덴마크의 오랜 가구 브랜드다.

‘덴마크’라고 하면 다들 오랜 전통의 북유럽 디자인을 떠올리지만, 알고 보면 덴마크는 세계적인 제약강국이다. ‘살 빼주는 주사’ 삭센다와 당뇨 치료제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덴마크 기업이고, 이 밖에 알레르기와 피부질환인 건선, 보청기 등에서 덴마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덴마크 수출의 20%를 의약품이 차지한다.

레오파마는 1908년 설립된 덴마크 제약사로 피부질환 치료 시장 세계 1위 기업으로 통한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처 치료에 흔히 쓰는 동화제약의 ‘후시딘’, 자미올 등을 원(原)개발한 회사가 바로 레오파마다. 레오파마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을 맞아 신정범 레오파마 코리아 대표와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주한 덴마크 대사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정범 레오파마 코리아 대표가 지난 10월 2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레오파마 제공

신정범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 와튼스쿨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해 사노피, 로슈를 거쳐 레오파마 대표에 오른 ‘외국계 제약맨’이고, 옌센 대사는 코펜하겐 왕립농대에서 법과 경제를 전공하고 덴마크 환경보호청 사무관, 덴마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낸 전형적인 관료다.

‘덴마크’라는 공통점 외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기업인을 고위급 외교공무원과 함께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옌센 대사는 “외교관들이 옛날에는 ‘정치⋅외교’에만 신경썼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며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했다. 옌센 대사는 “레오파마는 덴마크 사람에게 삼성이나 현대 같은 브랜드다”라며 “레오파마의 브랜드이미지(BI)인 용맹한 사자를 아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서 함께 인터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정범 대표는 “레오파마가 한국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피부질환에서는 독보적인 제약사다”라며 “한국 진출 10년째인 현재 국내 건선과 아토피 치료제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는 “건선이나 아토피, 여드름 등 피부질환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다”며 “소외된 피부질환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라고 했다.

ー 덴마크가 제약 강국인 것은 잘 알지 못했다. 덴마크의 제약 산업이 발달한 배경이 있나.

옌센 대사(이하 옌센) “유럽에서 덴마크는 제약산업 개척자로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 물질을 발견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오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임상시험 승인 기간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만큼 혁신적인 연구가 많이 나온다. 덴마크 정부는 최근 생명과학에 대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 전략에 7개 대주제와 38개 목표가 담겨 있다. 연구 개발에서 보건 의료 데이터 활용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숙련된 관련 인력 육성과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국제적 파트너십 등을 담았다. 덴마크에서 제약바이오는 핵심산업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가능하다. 그래서 레오파마와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겠나.”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레오파마 제공

ー 주한 대사관에서 기업인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덴마크 문화 자체가 기업인에게 우호적인가.

옌센 “외교관들이 옛날처럼 ‘외교’만 하지 않는다. 덴마크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것도 외교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덴마크 기업이면서 세계 1위 자리에 있는 레오파마가 무척 자랑스럽다. 레오파마는 100년도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다. 내가 레오파마를 바라보는 것이 한국인이 현대차와 삼성전자와 같은 오랜 역사의 재벌 기업을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신정범 대표(이하 신정범)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지만, 이렇게 대사관이 우호적인 나라는 사실 처음이다. 아무래도 덴마크의 문화 자체가 허례허식 없는 것 같다.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은 지난 2020년 레오파마와 피부질환과 관련해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레오파마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 기술을 검토했다.

ー 레오파마에 대한 간단히 소개해달라.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라고 들었다.

신정범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메디컬, 즉 의료분야에 특화돼 있다. 피부과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에스테틱’이라고 부르는 미용 부문과 ‘메디컬 더마톨로지’라고 하는 ‘피부 치료’ 부문이 그것인데, 우리는 에스테틱은 다루지 않는다. 즉, 세계 유일한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 글로벌 제약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ー 국내 시장에서 레오파마의 위치는 어느 정도 되나.

신정범 “레오파마는 국내 국소도포 건선 치료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87%, 국소도포 아토피 시장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이는 우리 제품이 피부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본다.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인지도는 좀 떨어지지만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ー 레오파마가 피부질환 치료제, 한 우물만 파는 이유가 있나.

신정범 “레오파마는 ‘환자’ 중심주의를 강조한다. 피부질환 치료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다. 학창시절 여드름으로 고통을 겪어본 사람을 알 것이다. 보기도 좋지 않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안 된다. 그런데도 피부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하면 사회적 관심도도 떨어지고 치료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린다. 국내 의료 정책결정과정에서 피부질환 치료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도 할 생각이다.”

ー 한국 시장 진출 10년 동안 어려운 일은 없었나.

신정범 “순탄치는 않았다. 덴마크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해서 엇갈린 평가를 내놨고, 사내 이직률도 한동안 높았다. 하지만 30%가 넘었던 이직률이 지금은 10% 정도로 떨어졌고, 글로벌 시장 안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견고해졌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조직 개편으로 일본에 보고하는 조직구조에서, 독립 보고 조직구조로 개선됐고, 지금은 미래 성장을 이끌 인재 채용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ー 레오파마의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국내 출시를 앞둔 치료제가 있다면.

신정범 “아토피 치료제인 ‘트랄로키누맙’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영국의 피부과 의학 저널인 브리티시 저널 오브 더마톨로지’에 아토피 피부염 임상의약품 3상 임상으로 세계 최초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약은 아토피를 일으키는 ‘인터루킨13′을 표적으로 하는 첫 신약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허가가 나서 쓰이고 있다. 만성 손습진을 치료하는 크림 제형의 제품도 곧 출시한다. 이 밖에 JW중외제약과 함께 경구용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초기 개발은 중외제약이 했고, 우리가 기술이전을 받아 임상을 하고 있다.”

ー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신정범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국소도포제에 국한돼 있어 시장 규모 확대에는 제한이 있다. 갖고 있는 주력 제품이 특허가 만료되면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10년 업적 성과와 전혀 다른 결의 10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레오파마의 글로벌 전략을 담은 2030 시나리오가 지난해 연간보고서에 소개됐다. 레오파마 코리아와 전략적 방향성이 매우 유사하다. 2~3년에 한 번씩 피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새로운 약물을 출시해서 연평균 15%이상의 성장률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2025년까지 매출 두 배, 2030년까지 1000억원 이상 매출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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