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유통] 커피의 미래를 묻거든 '발효커피'를 보게 하라

진영화 2021. 11.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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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유통] '한국인 심장은 피가 아닌 커피 속 카페인으로 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카페 시장 규모는 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세계경제 투 톱인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다.

양적인 축적이 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한국은 큰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커머셜 커피'와 대비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커피 맛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특이한 커피가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발효커피다.

<사진제공=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
◆커피콩에 의도를 담은 '발효커피'

"처음엔 귤꽃 향기가 터져 나온다. 부드러운 애플티, 시나몬 느낌이 이어지고, 목 넘김 후엔 귤주스를 마신 것 같은 상쾌함과 단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한나절 내내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고급 술이나 제조음료 맛을 묘사한 것 같지만 아니다. 커피 업계 권위자로 꼽히는 배준선 나무사이로 대표가 표현한 '만다린(귤과 비슷한 과일) 프로세스' 무산소 발효커피의 맛이다.

무산소 발효커피는 가공한 커피열매(커피체리)를 산소가 차단된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48시간가량 발효한 커피를 뜻한다. 발효 도중 생두를 둘러싼 과육이 미생물 대사로 소진되는 과정에서 향미가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온도나 압력, 발효 시간을 조절하거나 이산화탄소, 특정 효모를 넣어 커피콩 성격을 의도대로 조절한다.

발효를 거친 커피열매와 만다린 껍질을 드라잉 배드(돋움 건조대)에서 함께 건조시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나무사이로>
특이한 것은 추가 재료를 넣기도 한다는 점이다. 커피열매를 발효할 때 말린 귤껍질을 넣고, 발효 후 건조할 때도 귤껍질을 나란히 두고 말려서 복합적인 산미와 깔끔한 맛을 이끌어내는 '만다린 프로세스'가 그 예다. 이때 추가 재료로 해당 커피와 같은 농장에서 자란 농작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 '천연 가향(加香) 작업'인 셈이다. 귤껍질 외에 시나몬, 민트, 패션프루트 같은 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발효 커피 <사진제공=SPC그룹>
◆다른 커피콩 값의 최대 4배

2014년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발효커피는 정체된 커피 산업의 활로를 찾던 커피 농가에 돌파구가 됐다. 이전엔 게이샤 같은 특이한 커피 품종이 유행을 주도했지만 품종 발굴 한계에 부딪쳤던 상황이었다. 무산소 발효커피 등장으로 커피 농가의 관심은 품종에서 생두 가공으로 집중되고 있다. 무산소 발효를 거친 커피콩은 일반 생두보다 가격이 3~4배 높게 팔리기 때문이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발효 가공을 거친 커피는 그동안 커피에서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향미를 즐길 수 있어 커피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세계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커피 농가에도 발효커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나무사이로 매장 <사진제공=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
◆'커피 애호가의 성지'서 맛볼 수 있어

발효커피를 파는 곳 중 큰 기업은 SPC그룹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앳웍스와 패션5가 있다. SPC그룹은 자체 개발한 발효종을 커피 산지에 전달해 발효커피를 만든다. 회사 관계자는 "13년간 연구 끝에 한국 전통식품에서 찾아낸 미생물 자원을 이용한 무산소 발효커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가공 과정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외에 '커피 애호가의 성지'로 불리는 카페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커피리브레, 프??츠커피컴퍼니, 펠트커피, 나무사이로, 피어커피로스터스가 대표적이다. 한 커피 전문가는 "무산소 발효를 거친다고 다 맛있어지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커피체리 품질이 좋아야 한다"며 "품질을 엄선해서 수입하는 카페를 잘 골라 가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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