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류승룡의 성장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1. 11. 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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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류승룡에게서는 열병 같은 성장통을 겪고 한층 단단해진 성장을 이룬 이의 아우라가 퍼져 나왔다. 현실에 발을 붙인 인물에 대한 두렵지만 타오르듯 일었던 갈증을 해갈하고자 뛰어들었던 작업 끝에 어떠한 성찰을 얻은 듯했다. 농익을 대로 농익은 연기력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성장 중이라는, 연기를 나아가 삶을 대하는 류승룡의 태도에 매료된 것은 그 때문이다.

류승룡이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약 3년 만에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제작 비리프)로 관객과 만난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 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로, 류승룡은 극 중 7년째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을 연기했다.

왜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를 선택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배우들의 팀워크로 행복하게 촬영했던 '극한직업'의 경험이 있던 류승룡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다시금 그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독특하면서도 공감이 되더라.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재밌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연기를 하게 되는데 이 영화가 그렇더라"라고 했다.

그렇지만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류승룡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해 왔던 류승룡에게 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활 밀착형 연기가 해보고 싶었던 류승룡은 동료 배우이자 작품의 연출은 맡은 조은지 감독에게 "이런 연기가 나에게 아킬레스 건이다. 두려우니 도와달라"라고 했단다.

배우 출신인 조은지 감독의 조언은 류승룡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배우로서 고민되는 지점들을 같이 고민하고 디테일한 설명으로 류승룡을 이끌었다. 이에 류승룡은 "배우가 현장에서 양질의 스트레스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는 전날에는 고민하느라 잠을 못 잔다. 그 고민을 가지고 현장에 왔는데 감독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설루션을 줄 때가 있었다. 그게 여러 번이었다. 배우 생활을 하며네서 몇 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안에 온전히 젖어있고, 배우 입장에서도 고민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현은 인물 설정만 놓고 보면 비호감에 가깝다. 바람을 피워 이혼했으면서 다시 전 부인과 바람을 피우려 하고, 양육비 주는 걸 아까워하기도 하고, 잘 나가는 후배 작가 앞에서 자격지심을 보이는 등 지질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류승룡의 현은 밉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현의 비애를 세심하게 포착하고 이를 유쾌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자아내는 류승룡의 연기 덕분이다. 구태어 현과 같은 세대가 아니더라도 반짝반짝 빛나던 젊은 날의 '나'를 그리워하고,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에 상처 받고 또는 줬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류승룡이 현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도 공감에 있었다. 류승룡은 "이 시나리오의 특이점이고 매력점이기도 한데, 약간 지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응원을 얻을 수 있고, 숨기고 싶어 하지만 '나도 저런 모습이 있었어' 같은 솔직함과 용감함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질하고 비호감이지만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슬럼프를 겪는 현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류승룡이다. 그는 "저도 남편이고 아들이고 사위이고 아빠이고, 사회에서는 배우라서 여러 가지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서 "영화라는 게 사실 숫자로 평가될 수밖에 없어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신이 없어진다. 눈치도 보이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잘하자'라고 하지만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류승룡은 영화의 메시지인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류승룡은 "피하고 싶어도 우리는 관계 속에 살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다양한 관계들을 맺고 살지 않나. 그렇게 부딪히면서 얻게 되는 상처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상처를 받는 것만 생각하지만 극 중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다 상처를 주고 있지 않나. 그 톱니바퀴 같은 관계들을 유니크하게 설정한 것이 좋았다"라고 했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류승룡의 말 맛이 코미디의 주효한 역할을 했다. 평범한 대사지만 말맛을 살린 류승룡의 찰진 연기가 장르적인 재미를 배가 시켰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말 맛에 대한 코미디는 장진 감독님과 12편의 작품을 하면서 말맛과 엇박자 코미디가 체화된 것 같다. '극한직업'도 이병헌 감독님의 말맛이 장진 감독님과 닿아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몸짓에 대한 코미디는 세계 각국에서 '난타' 공연을 하면서 보편적인 웃음 포인트를 경험으로 체화한 것 같다. 그때는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그런 것들이 자양분이 돼서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그때의 경험치들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류승룡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극 중 현을 짝사랑하는 천재 작가 유진을 연기한 배우 무진성을 보며 옛날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류승룡은 "저도 학교 다닐 때 메서드 연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거룩한 계보'할 때는 사형수 역할이라 감옥에서 잔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극 중에서도 현이 유진을 보며 '저런 때가 있었지'라고 되돌아본 것처럼 열정적인 무진성을 보며 저도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이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다가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하고, 성장해나간 것처럼 류승룡도 그랬다. 류승룡은 "저도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관계와 주변 사람들, 상처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 같다. 그걸 통해서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게 약간 힐링이고 배움이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지천명의 나이에 성장이라니. 어딘가 어폐가 있는 것 같았지만 류승룡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초로의 얼굴을 하고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 류승룡이 그 어떤 청춘보다 빛나 보였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나'를 꿈꾸며 여전히 선장 중인 류승룡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류승룡 | 장르만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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