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입방아 오르는 간부들.. 인천공항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정환 기자 2021. 11.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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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난 화재 관련 공사 측이 전파한 문자 메시지/독자 제공

지난 7월 11일 오후 1시53분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5번 자동문 옆 엘리베이터 위쪽에 불이 났다. 당시 터미널 내 연기가 자욱했고, 오후 2시쯤 공항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과 여러 본부장도 화재 초기에 현장에 도착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경욱 사장은 그날 오후 7시4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김 사장이 당시 화재 현장에 즉시 출동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래도 일반 승객 다수가 이용하는 터미널에 화재가 났다면, 최고 책임자가 되도록 이른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 안팎에선 “김 사장이 현장에 약 6시간 뒤에야 도착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9월 16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충주 시민에게 올린 인사 영상/유튜브

◇사장님의 충주 사랑

김 사장이 이런 뒷말을 듣게 된 배경에는 그가 주말에 충북 충주시를 찾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작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주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후 올 2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갔다. 그는 사장 취임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충주를 찾겠다”고 언론 인터뷰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충주 시민을 향해 추석 인사를 올렸다. 이 역시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 ‘아무리 좋게 보려야 볼 수 없다’며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사람이 뭘 잘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 적힌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창수·박완수 전 사장이 임기(3년)를 다 마치지 않고 중도에 각각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한 전례 등이 있어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관료 출신 인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실 국토교통비서관(국장급) 등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때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2차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20대 총선에 출마했을 땐 정치 신인이나 다름이 없어 그가 충주에 공을 들이는 측면이 있지만,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공항의 최고 수장으로서의 행보로 보기엔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자회사 대표이사가 쓴 사과문/독자 제공

◇다른 간부들도 구설수에

인천공항공사의 한 자회사 대표는 직원 성추행 문제로 게시판에 사과문을 붙였다. 그는 ‘9월 19일 오전 추석 연휴 기간에 현장 근무 직원 격려차 순찰 중 경비 직원의 신형 유니폼의 재질이 어떠하냐면서 동의 없이 팔뚝과 허벅지 부분의 천을 만졌다’ ‘직원이 입은 방호복이 덥지 않느냐며 가슴 부위를 만져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썼다. 그는 ‘방호복은 여름용으로 시원하게 새로 제작해 지급했는데, 불량품이 발생해 조기에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며 ‘동기가 어떤지 불문하고 해당 직원들의 동의 없이 몸을 터치하여 수치심을 느끼게 된 점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썼다.

공사 노조와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공사의 A 실장은 일부 직원들로부터 과거 그가 했던 행동이 직장 내 ‘갑질’이라는 항의를 받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2019년 공사 내 사내벤처팀이 신설됐다. 이 팀에서 보안 검색 관련 아이템을 내 공사에서 쓰였다고 한다. 사내벤처팀에서 이 아이템을 낸 내부 직원은 자신의 아이템으로 창업하고 싶었지만, A 실장이 이를 막았다는 게 공사 정규직 노조 주장이다. 공사가 사내벤처팀에 제때 예산과 사무실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실장은 “사내벤처팀 직원들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도왔고, 창업을 막았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예산 지원이나 사무실 배정 부분은 각각 공사 내 예산 선정위원회와 총무팀 소관이며 내 권한과 관계가 없는데 내 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 자료도 노동청에 제출했다”고도 했다.

현재 중부지방노동청이 이 논란을 두고 갑질인지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아직 판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공사 안팎에선 “‘갑질’인지 아닌지는 노동청 결론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간부들이 대내외적으로 구설에 오르는 것 자체가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공사가 근로자 동의 없이 예전 교대제로 되돌리려 한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캡쳐

◇자회사 직원 휴일 형평성 등 다른 문제도

공사의 자회사 소속인 보안 경비 직원들의 휴일 형평성 문제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이 문제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라 불리는 협력업체 직원 공사 정규직 직고용이 법적 제약으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생긴 것이다. 이후 공사 직고용 대신 자회사 정규직 조건을 받아들인 보안 검색 직원 800명은 보상 차원에서 ‘4일 근무 뒤 3일 휴일’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공사 직고용을 계속 주장하는 보안검색 직원이나 경비 직원들은 ‘4일 근무 뒤 2일 휴일’을 계속 적용해 이들 사이에서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경비 직원으로 구성된 노조는 지난 8월 31일 감사원에 이 문제로 감사 청구도 했다.

인천공항 옆 골프장 운영 문제를 두고 소송전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공사는 골프장 운영사였던 스카이 72 측과의 부동산 관련 소송에서 1심 승소해 우위를 점했지만, 스카이 72 측이 항소했다. 스카이 72 이후 골프장을 운영할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제기된 민사 소송에선 공사가 이겼지만, 관련 사건으로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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