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페이팔 해킹 속출..해외 직구족 노린다

등록된 계좌로 무단 인출.."새벽 시간대 범행에 속수무책"
피해 확인 즉시 신고하고 평소 해외 결제 '잠금' 필수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권선일(가명·3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성진우 인턴기자 = "'페이팔(Paypal)'에 등록한 직불카드로 누군가가 200달러짜리 물건을 5번 결제했어요."

평소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로 '해외 직구(해외상품 직접 구매)'를 하는 권선일 씨는 지난달 28일 이상 결제가 감지됐다는 카드사의 연락을 받고 자신의 페이팔 계좌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권씨는 "이메일로 온 송장을 확인해보니까 해킹범은 미국 오리건 주로 물건을 시켰다"면서 "대출 이자와 생활비로 써야 하는 돈이 빠져나가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전했다.

1999년 미국에서 창립된 페이팔은 2015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간편하게 해외 결제·송금이 가능하고 거래 과정에서 다른 통화 간 환율도 자동으로 조정돼 국내에선 '해외 직구족'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페이팔 계좌가 해킹돼 돈이 무단으로 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새벽에 뜬금없는 '결제 문자'…"신속 대처 어려워 피해 키운다"

해커들은 페이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면 사용자의 은행 서버나 앱을 해킹하는 것보다 손쉽게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사용자가 많은 페이팔 특성상 국내 사용자 대상의 해킹 범죄가 대부분 새벽 시간대에 발생해 피해자들은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지난달 18일 서울에 거주하는 최슬기(가명·30대)씨는 자신의 페이팔 계좌에서 무단으로 500유로가 인출되는 피해를 봤다.

최씨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페이팔로부터 약 500유로가 인출됐다는 결제 문자가 와있었다"며 "해킹범이 외국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해 '수령 확인'까지 누른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결제 시 인증 절차가 간편해서 페이팔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쉽게 범죄 표적이 될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또한 두 달 전 페이팔에 가입한 고신우(가명·20대)씨는 "새벽까지 휴대폰을 보고 있다가 다행스럽게도 바로 페이팔 결제 문자 두 통을 확인했다"며 "해킹범은 총 470달러를 다른 계좌로 송금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페이팔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출 취소를 할 수 있었지만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페이팔은 보안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페이팔 홍보 담당인 프랜 탐(Fran Tam) 이사는 서면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기만 및 위험 관리 정책을 강화해 고객과 그들의 결제를 더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신의 잘못 없는데도 해킹의 피해자가 된 고객에 대한 피해 보상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확인 시 페이팔·카드사에 즉시 신고해야 해

만약 페이팔 계정에 등록된 계좌에서 돈이 무단으로 인출됐다면 즉시 페이팔과 카드사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현재 페이팔은 한국인 상담원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문의하기'를 통해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해킹 사실이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안내한다.

국내 A 카드사 관계자는 "페이팔이 외국 업체라서 국내 카드사가 직접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이상 결제가 확인된 외국 업체와 페이팔에 정보를 요청해야 해 문제 해결까지 2~4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페이팔에 카드를 등록했더라도 해외 결제는 잠가놓고 결제 시에만 이를 푸는 방식으로 해킹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jw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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