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비둘기 털 '둥둥'..방치된 '길냥이'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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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중구 한 주민센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A구청 관계자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치' 대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급식소 운영에 한계가 많다"며 "길고양이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져야 관리 예산도 확보하고 인력도 늘릴 수 있지만 지금은 급식소 설치 예산도 겨우 나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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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중구 한 주민센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사료 그릇을 꺼내자 벌레 수십 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옆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그릇에는 닭고기로 추정되는 먹이가 샛노랗게 변색된 채 방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구겨진 종이와 주황색 봉투 등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동물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늘고 있지만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조례에 관련 내용을 추가해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길고양이 급식소는 2015년 서울 강동구를 시작으로 관악구, 중구 등으로 확대돼 현재 서울 지역 내 14개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일 서울 지역 내 A 구청과 함께 길고양이 급식소 4곳을 방문했다. A구청은 올해 관할 지역 12개 동에 21개 급식소를 설치하고 관리해오고 있다.
이날 방문한 급식소 4곳 가운데 3곳은 벌레, 비둘기 깃털, 흙먼지 등으로 오염된 상태였다. 한 급식소 내부에는 하얗게 거미줄이 늘어져 있었다. 사료와 물 그릇엔 비둘기 깃털과 흙먼지 같은 이물질이 둥둥 떠다녔다. 몇개 남지 않은 사료는 퉁퉁 불어 있었다.
지난 7월 대구에서는 민간 길고양이 급식소 근처에서 수 년째 머무르던 길고양이가 접착제 테러를 당했다. 2019년 서울 종로구에서는 민간 길고양이 급식소 밥그릇에 쥐약을 섞고 식초와 나프탈렌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해 급식소 근처에서 살던 길고양이 약 15마리가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민간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사건이 발생하자 지자체가 급식소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구청에서는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관리 체계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A구의 경우 급식소 1곳당 자원봉사자 1명을 배치해 관리를 맡기고 있다.
A구청 담당자 업무는 3개월에 한 번씩 급식소 위치를 확인하는 일 정도다. 사료·물 배식부터 청소까지 자원봉사자 1명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
A구청 관계자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치' 대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급식소 운영에 한계가 많다"며 "길고양이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져야 관리 예산도 확보하고 인력도 늘릴 수 있지만 지금은 급식소 설치 예산도 겨우 나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예방접종을 받는 집고양이와 달리 길고양이는 한번 질병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물에 이끼나 오물 같은 게 들어가지 않도록 지자체 직원이 최소 일주일에 1~2번 급식소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위생 관리가 가능한 곳을 찾아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자체별로 동물보호조례에 '길고양이 급식소 관리' 내용을 넣어야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보완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청 측은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급식소가 있다는 점도 관리를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급식소를 치우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와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급식소를 운영한다"며 "먹이 냄새를 맡고 개미나 벌레 등이 꼬이기 쉬워 관리가 취약해질 수밖에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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