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이상한 소리, 잠도 못자"..불법 입산 '기도발' 세우는 사람들

홍재영 기자, 오진영 기자 2021. 11. 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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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 입산금지 구역에서 산행하던 등산객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사진=홍재영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입산금지 구역인 보현봉 정상 인근. 한 중년 남성이 태연히 입산금지 구역을 오르다 단속반의 눈에 적발됐다. 이 남성은 단속반이 과태료를 부과하자 익숙하다는 듯 "일찍 내면 20% 깎아 주는 것 맞느냐"고 물었다. 단속반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저 분은 이전에도 단속된 적이 있을 것"이라며 "입산금지 구역은 왔던 사람들이 계속 온다"고 설명했다.

단풍철 가을산이 불법행위의 온상이 됐다. 지난 주말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및 행정과의 북한산 일대의 불법행위 단속에서는 수십명의 불법 등산객들이 북한산을 점령했다. 입산 금지구역인 해발 714m 보현봉을 침범한 등산객부터 바위에 조각을 새기거나 현수막을 찢는 기물파손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몰랐다'며 발뺌한다.
입산금지 표시는 안 보이면 그만?…현수막 찢는 등산객들
10월 31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 훼손된 입산금지 현수막을 수거해 다시 설치하고 있다./사진=홍재영 기자

취재진이 지난 주말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입산금지 구역 단속을 동행한 결과 출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한 경로에서만 10건이 적발됐다. 본격적으로 단풍철이 다가오고 공원 내에 이전보다 많은 입산객들이 산을 방문하면서 적발 건수도 늘었다. 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단풍철인 10월은 전달 대비 평균 10만여명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북한산을 찾았다.

입산 즉시 입구에서부터 불법행위가 눈에 띄었다. 관리사무소에서 금지구역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대나무 장애물을 발로 걷어차 부숴 놓은 흔적이 관찰됐다. 30분 정도 산을 올라 중간 지점인 청담샘 인근에 다다르자 현수막을 묶은 끈을 잘라 훼손해 놓은 흔적도 보였다.

이같은 상황은 단속반에게는 흔한 일이다.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해 표시를 훼손한 뒤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마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던 단속원은 "이런 식으로 표시를 훼손해 놓고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우린 못 봤다'라고 말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라며 "끝까지 단속에 불응해 인근 파출소까지 간 사례도 있다"고 했다.

단속반의 뒤를 쫓다 보니 이내 불법 입산자가 적발됐다. 입산금지 구역인 보현봉 정상에서 하산하던 60대 남성 2명이 단속반과 마주친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등산로를 보고 왔을 뿐이다"라며 "입산금지 구역인지 전혀 몰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단속반이 고개를 내저으며 과태료를 부과하자 "그걸 봐 줘야지 없는 살림에 과태료를 물리느냐"라고 불평했다.

입산금지 구역에 진입하다 적발되면 처음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 부과 시점에서 1년 이내에 재적발될 경우 30만원, 그 다음에는 50만원으로 과태료가 뛴다.

보현봉 정상에 오르자 경치를 즐기던 또다른 남성 2명이 단속반에게 붙잡혔다. A씨(64)는 "문수봉(인근 봉우리)에 있다가 여기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여서 와 봤다"라며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이 여기로 오면 된다고 했는데 입산금지 표시를 보지도 못했다"라고 억울해했다.

단속에 함께한 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의 길창현 계장은 "보현봉 특별보호구역 주변으로만 입산금지 안내 팻말이 10개 이상 세워져 있는데다가 곳곳에 목책이나 표시가 되어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못 보고 지나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단속에 적발되면 백이면 백 모두가 '몰랐다'고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기도발' 세우려 북한산 찾아 '바위 문신'하는 사람들…"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10월 31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 입산금지 구역에 숨겨둔 기도용품을 적발했다. 우산과 매트 등에 눈에 띈다./사진=홍재영 기자

북한산 단속반은 불법 입산객뿐 아니라 일명 '기도발'을 세우려는 사람들과도 전쟁을 벌여야 한다. 기도를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북한산이 풍수지리적으로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 전국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단순히 기도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입산금지 구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시설물을 훼손하는 경우가 잦다.

이들 중 일부는 기도를 하기 위한 돗자리나 우산, 비닐 등을 산에 방치하고 가 단속반이 주기적으로 수거하기도 한다. 이날 보현봉 정상에서도 바위틈에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용품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단속원은 "4일 전에 용품을 수거했는데 또 용품을 갖다 놨다"라며 "심야에 기도 소리가 산 전체를 울려 인근 주민들로부터도 민원이 들어온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심한 경우에는 바위에 문자를 새겨 놓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위반되는 행위지만 이들은 '기도발'을 세우기 위해 보초를 세워가며 늦은 밤·새벽 몰래 산을 찾는다. 공원사무소가 특별 기획 단속을 하지만 76.922㎢에 달하는 넓은 면적의 북한산에서 이들을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나무 등의 밀집도가 낮은 북한산은 곳곳이 등산로가 될 수 있어 불법 입산이 다른 산보다 쉽다.

공원사무소는 매 주말 2인 1조로 단속을 나서고 있으나 단체모임 등에서 불법 입산로 등을 홍보하는 사례가 늘면서 단속이 채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길 계장은 "입산금지 구역의 산행은 생태계 훼손 이외에도 안전 사고의 우려가 크다"라며 "반드시 정해진 등산로로 다니고 기물 훼손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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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영 기자 hjae0@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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