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불안의 환영, 길의 본능..18번 '달'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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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내 시장에서 아동복 장사를 접은 후였다.
달의 모습이 변한다고 해서 달이 변한 것은 아닌데, 또 달의 모습이 잠시 안 보인다고 해서 달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그저 그 환영에 불안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달이 모습을 바꿔도 길은 종착지로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카드는 변덕, 불안함, 두려움 등으로 해석되지만 한편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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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모래내 시장에서 아동복 장사를 접은 후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한 번 궤도를 이탈한 별은 다시 그 궤도로 진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혼자 제부도를 찾았다. 해가 기울자 갯벌이 펼쳐지며 여기저기 구멍이 보였다. 그 구멍에서 소라게가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날이 저물자 낙지나 바지락들도 뻘 속 제집 속으로 숨어든 듯했다.
한갓 미물들도 돌아갈 곳 하나쯤은 갖고 사는데, 어쩌자고 나만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인지. 석양이 내 몸을 적시자 고아처럼 쓸쓸해졌다.
갯벌에 잡념처럼 찍혀 있는 발자국들. 저 파도에 묻혀버린 수많은 발자국도 길이 많아서 미아가 된 것일까. 단 하나의 길밖에 없다면 길을 잃는 일 따위도 없을 텐데 말이다.
불안은 의식의 점자
가재 앞에는 구불구불한 길이 길게 펼쳐져 있다. 물이 무의식이 상징이라면 가재는 진화의 가장 하단부에 있는 미개함의 상징이다. 가재는 무의식에서 빠져나와 의식 속으로 걸어간다. 개는 사회화된 나의 모습이다. 늑대는 아직 야성이 남은 나의 모습이다.
개와 늑대는 길을 사이에 두고 짖고 있다. 아마도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초승달, 반달, 보름달 등으로 그 모습이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개와 늑대가 달을 보고 짖는 것이리라.
사실 개와 늑대가 보는 것은 달의 환영이다. 달의 모습이 변한다고 해서 달이 변한 것은 아닌데, 또 달의 모습이 잠시 안 보인다고 해서 달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그저 그 환영에 불안해하는 것이다.
불안이란 실체가 없다. 달의 환영 같은 것이다.
불안은 내 배후 조종자
진화심리학에서 불안은 생존을 위해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불안을 직감하거나 예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서 빨리 대처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존율이 더 낮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이란 의식을 더듬는 무의식의 센서, 직관의 안테나, 의식의 점자다.
가재 앞에는 구불구불하고 아주 긴 길이 펼쳐져 있다. 딱딱한 갑각류 속에 아직 상처받을 말랑말랑한 속살이 많이 남아 있을 가재는 뭍으로 올라오면서 우선 호흡법을 바꾸었을 것이다.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었다면 뭍에서는 서서히 공기호흡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가재는 달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길을 보고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아무리 달이 모습을 바꿔도 길은 종착지로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카드는 변덕, 불안함, 두려움 등으로 해석되지만 한편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제부도 뻘밭에 찍혀 있던 발자국이나 소라게가 들락거리던 구멍들, 그리고 종내 바닷물에 길이 없어진 모습을 보고 미아가 된 것 같다고 느낀 것은 아마도 내 안에 남아 있던 길의 환영 때문이 아니었을까.
불안이란 이처럼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내가 충돌하는 것이고,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생각이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그럴수록 묵묵히 길을 갈 것. 환영에 흔들리지 말 것.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golenelia@hanmail.net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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