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진상 경고에 엎드린 檢, 검찰도 특검 대상

조선일보 2021. 11. 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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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이며 그의 선대위 부실장인 정진상씨는 본인이 검찰의 압수 수색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보도되자 “사법 당국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흠집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정씨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호통을 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검찰의 대응이다. 검찰은 “어떤 내용도 언론에 알려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검찰의 통상적 모습이다. 하지만 뒤이어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사 내용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만 하면 될 일인데, 앞으로도 조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유례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여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 앞에 검찰이 엎드린 것 아닌가. 여당 의원들도 나섰다. “압수 수색 직전에 전화를 건 것은 우연의 일치”라거나 “정씨가 이 후보의 참모인데 통화를 해서 사실관계를 확인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수사할 이유가 없는 일이니 검찰은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유씨가 정씨와 통화 직후에 휴대전화를 왜 창 밖으로 버리나.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씨와 유씨의 통화는 수사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범인 은닉이나 증거 인멸을 논의한 내용이 나오면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통화 전후에 각각 누구와 연락했는지를 확인하면 대장동 사건의 최고, 최종 책임자를 특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사실 자체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분석 중인 경찰과 더 적극적으로 공조 수사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검찰은 유씨의 다른 휴대전화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골적인 ‘수사 태업’ 아닌가.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의 수사 태업도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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