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로제도 지드래곤도 지갑 여는 뮤지엄숍.. MZ는 쇼핑하러 미술관 간다

허윤희 기자 2021. 11.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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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컬렉션' 컨셉트로
2030 핫플 된 리움스토어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1층에 새로 문을 연 '리움 스토어' 매장 내부를 한 여성이 둘러보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생애 처음 시작하는 컬렉션’.

지난달 8일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의 뮤지엄숍은 이런 콘셉트를 내걸고 상품 아닌 작품을 출시했다. 컬렉터로서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MZ세대를 겨냥해 공예 작가 6인과 협업해 한정판 ‘미니어처 가구’ 시리즈를 내놨다. 물푸레 나무로 만든 벤치, 굵은 매듭으로 지은 소파, 간결한 선(線)이 돋보이는 목조 의자…. 최병훈·이광호·박원민·문승지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이 10~20점씩 특별 제작한 미니어처 작품이다. 서현석 리움스토어 이사는 “비싼 미술 작품을 구매하기엔 엄두가 안 나는 분들, 그렇지만 ‘생애 첫 컬렉션’을 소장하는 기쁨을 누리려는 분들을 위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배세화의 미니어처 의자 '명상'. /리움 스토어
돌과 나무로 만든 최병훈의 미니어처 의자 '태초의 잔상'. /리움 스토어

◇로제, GD도 반한 리움 스토어

재개관한 리움에서 전시 못지않게 ‘핫플’이 된 공간이 뮤지엄숍이다. 외관부터 달라졌다. 나무와 한지를 사용해 우리 전통 건축 기법인 짜임과 격자 형태 구조물로 꾸몄다.

‘미니어처 가구’는 75만~220만원까지 고가인데도 반응이 뜨겁다. 물푸레 나무를 깎아 만든 배세화의 ‘명상’ 시리즈는 10점이 완판됐고, 돌·나무 등 자연 소재로 아트 퍼니처를 만드는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시리즈는 20점 제작해 절반이 팔렸다. 파스텔톤이 알록달록한 박원민의 레진 의자는 해외 갤러리에서도 구매 의사를 밝혀왔다.

레진으로 만든 박원민의 미니어처 의자와 스툴 세트. /리움 스토어
굵은 매듭을 반복해 짓는 방식으로 만든 이광호의 미니어처 의자 세트. /리움 스토어

젊은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 유리, 금속공예품도 인기다. 최근 리움을 찾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 가수 지드래곤도 이곳에서 아트 상품을 여럿 구입했다고 한다. 2일 오전 매장을 둘러보던 최현진(26)씨는 “김유정 작가가 만든 알약 모양의 크리스털 브로치를 사고 싶은데 완판됐다더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작품이 많아서 한번 더 올 예정”이라고 했다. 서현석 이사는 “MZ세대는 다른 데선 구할 수 없는 ‘나만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문 연 지 한 달이 안 됐는데도 재구매 고객이 많다”고 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1층에 새로 문을 연 '리움 스토어'에서 한 여성이 진열된 아트상품을 보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힙하다”

리움뿐 아니다.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내놓은 총천연색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인기를 끌면서 ‘굿즈 맛집’이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보가 ‘힙한’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은 “작년 연말 출시했을 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었고, 6차 판매 모두 조기 품절 사태를 빚었다”며 “특히 젊은 세대가 ‘유물 피규어’라 부르면서 굉장히 힙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오는 11일,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한 곳에 나란히 전시하는 ‘사유의 방’ 개관을 앞두고 재단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18종을 새로 출시했다. 김 팀장은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깔로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방향제를 새로 내놨다. 개관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90점을 판매했는데 인터넷에 올린 지 30분 만에 다 팔렸다”고 했다. 고려청자 운학문(雲鶴紋) 문양을 모티브로 만든 이어폰 케이스, 익산 미륵사지석탑 금제 항아리 무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카프도 인기다.

파스텔톤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오는 11일 '사유의 방' 개관을 앞두고 새로 출시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방향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창덕궁 낙선재 모란 향기까지 담았다

관람객들은 굿즈도 직접 만든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개발한 ‘조선왕실 사각 유리등’은 박물관 유물을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대박이 났다. 조선 왕실의 밤잔치를 밝혔던 사각 유리등이 젊은 세대의 ‘인싸템’(인사이더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이다.

시작은 지난해 6월 사각등이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선정된 일이다. 문화재청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예쁘다’ ‘갖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고궁박물관 디자이너 이지혜 주무관이 ‘DIY 키트’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물 그대로 재현하되 크기는 가로 13.5㎝, 세로 11㎝, 높이 37.5㎝로 줄였다. 지난해 궁중문화축전 때 1000점을 무료 배포했더니 “상품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세 차례 품절 대란을 일으킨 끝에 지금까지 2만점이 팔렸다. 이지혜 주무관은 “고궁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디자인 특허 출원을 했고, 종로구청과 협업해 내년엔 종로구 일대 거리 가로등을 사각 유리등으로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개발한 '조립형 사각 유리등'. /국립고궁박물관

고궁박물관은 최근 ‘안녕, 모란’전과 연계해 향기도 굿즈로 재현했다. 창덕궁 낙선재 뒤 화계(花階·궁궐이나 절 등에 층계 모양으로 꾸민 꽃밭)에 피는 모란에서 향기를 포집해 향수를 개발한 것. 이지혜 주무관은 “낙선재는 여인들이 머물던 공간이라 의미 있고, 모란은 4월에 피지만 사계절 내내 향기를 느낄 수 있게끔 향수로 재현했다”며 “용기 디자인은 복온공주의 길례 때 사용한 모란 무늬 방석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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